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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석이라도 더…비례대표 50명 셈법 갈등 ‘4+1’ 금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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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호 01면

“개혁의 취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이) 막판에 후려치기만 하니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심상정 정의당 대표)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로 압박 #패스트트랙 처리 본회의 무산 #문희상 “3일 내 합의안 가져와라”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안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얘기한 적 없다.”(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13일 국회 본회의는 결국 무산됐다. 민주당으로서는 안팎으로 시련의 하루였다. 선거법 개정 합의안 마련을 목전에 두고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내부에 금이 갔다. 이 와중에 한국당은 ‘회기 일정에 대한 필리버스터’라는 전략으로 역습에 나섰다.

4+1은 이날 선거법 개정 합의안을 마련한 뒤 이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전날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까지 접점을 찾은 만큼 이날 오전 미세 조정을 한다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각 당은 미세 조정을 ‘미세한 문제’가 아닌 개혁의 원칙과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로 봤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 50석 중에서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의석 수를 25석으로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나머지 25석은 현재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자고 했다. 25석에만 이른바 ‘연동형 캡(cap)’을 씌우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50석 전체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때보다 군소 정당은 더 적은 의석을 갖게 된다. 심지어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캡을 20석만 씌우자”는 주장도 나왔다. 군소 정당이 요구하는 석패율제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라는 의견도 나왔다.

4+1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찬 회동에서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 수를 30석으로 하고 석패율제 적용 대상은 총 6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잠정 합의했다. 이 자리에 정의당 등은 “개혁 후퇴”라며 아예 불참했다. 오후가 되자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평화당도 잠정 합의안 반대로 돌아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의석 수를 줄이는 것은 당초 민심을 반영하고 의석의 연동률을 높이자는 선거제 개혁 취지를 퇴색시키는 조치라면서다.

정의당은 의총을 열고 ‘연동형 캡’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겨우 50%에 불과한 연동률에 ‘캡’이라는 상한선을 씌우고 석패율 적용 범위도 낮춘다는 것은 ‘민심 그대로의 정치개혁’보다는 민주당의 비례의석 확보책이자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 정당의 지역구 출마 봉쇄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4+1이 선거법을 논의하는 동안 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 농성을 벌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의원들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뒤에는 ‘2대 악법 날치기 통과 반대! 국민은 보고 있다. 역사의 죄를 짓지 말라!’는 패널이 세워져 있었다. 한국당은 그러면서 이날 본회의에 민주당이 제출한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했다. 임시국회 회기를 아예 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습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회기 결정 안건은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한국당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하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을 맞세웠다. 또 2013년 9월 본회의에서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이 회기 결정 안건에 관해 토론을 신청해 토론이 실시된 적이 있다는 전례를 제시했다.

결국 이날 오후 3시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등의 이유로 연기되다 끝내 무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저녁 한민수 국회 대변인을 통해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는다”며 “지금부터 사흘간 마라톤 협상을 진행하라. 밤을 새워서라도 (선거법 등) 합의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문 의장은 “16일 오전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갖겠다. 그 자리에서 실질적 합의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성민·이우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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