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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총리 운명의 총선일, 곁을 지킨 연인...아닌 강아지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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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영국 총리가 입양한 유기견 딜린. [캐리 시먼스 트위터 캡처]

존슨 영국 총리가 입양한 유기견 딜린. [캐리 시먼스 트위터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12일(현지시간)은 운명의 날이다. 그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에 속도를 내기 위해 치르는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오전 8시15분 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친구인 캐리 시먼스가 동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의 곁을 지킨 건 다른 존재였다. 반려견 딜린(Dilyn)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토리'처럼…유기견 출신 퍼스트독

존슨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반려견 딜린과 함께 총선 투표장에 나타났다. [로이터=연합뉴스]

존슨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반려견 딜린과 함께 총선 투표장에 나타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딜린은 잭 러셀 종으로, 흰색과 갈색이 섞인 자그마한 강아지다. 존슨 총리보다 인기가 높다는 말도 영국 내에선 나온다. 홍보업계 경력이 있는 여자친구는 딜린 사진을 트위터에 자주 올린다. 존슨 총리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메트로와 데일리 메일 등 영국 현지 언론은 “존슨 총리의 강아지 딜린만큼은 귀엽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거나 “파란색 스카프를 두르고 투표소에 나타난 딜린”이라며 환호했다.

지금이야 스타견이 됐지만 딜린의 운명은 기구했다. 턱 관절이 살짝 비뚤어진 기형을 갖고 태어난 그는 버려져 유기견 센터에 맡겨졌고, 반려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운명을 달리하게 됐을 터였다. 그러나 지난 9월, 존슨 총리와 캐리 시먼스에게 입양되면서 운명이 뒤바뀌었다. 유기견이었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된 토리를 연상시킨다. 딜린은 곧 영국판 토리인셈. 딜린과 토리 모두 유기견 출신 '퍼스트 독(First Dog)'이 됐다.

투표를 마친 존슨 총리와 반려견 딜린. [EPA=연합뉴스]

투표를 마친 존슨 총리와 반려견 딜린. [EPA=연합뉴스]

딜린은 총선 레이스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캐리 시먼스는 트위터에 “선거운동 후 지쳐 잠든 딜린”이라며 딜린이 곤히 잠든 사진을 올리는 등 딜린을 십분 활용했다.

존슨 총리의 반려견 딜린. 그의 연인인 캐리 시먼스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하루 종일 선거 유세로 지쳤어요"라고 적었다. [트위터]

존슨 총리의 반려견 딜린. 그의 연인인 캐리 시먼스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하루 종일 선거 유세로 지쳤어요"라고 적었다. [트위터]

맹활약한 딜린과 함께 투표장에 나타난 존슨 총리의 표정은 밝았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여전히 안갯 속이다. 이번 조기 총선은 존슨 총리의 승부수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의 혼란이 끝날지 여부도 총선 결과에 달려있다. 한국 시각으로 13일 오전6시까지 투표가 진행되며, 투표가 마감되는 대로 주요 방송국이 공동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표율 전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영국의 겨울은 선거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란 얘기가 외신에서 나온다. 영국에서 실제로 12월에 총선이 열리는 건 1923년 이후 처음으로, 약 100년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이 된 유기견 '토리.'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이 된 유기견 '토리.' [청와대 제공]

이번 선거에서 주목되는 건 존슨 총리의 보수당의 과반 확보 여부다. 총선 전 보수당 의석은 과반에 미치지 못했고 연립 정부를 구성했던 민주연합당(DUP)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과반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여전히 과반 확보에 실패해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는 ‘헝(hung) 의회’가 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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