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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성추행' 아내 "차라리 남편이 만졌다면 억울하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사진 연합뉴스TV]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사진 연합뉴스TV]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옆을 지나던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유죄판결을 받은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억울함을 토로하는 아내 글에 네티즌들은 “힘내라”고 응원하는 한편 “자신의 잘못은 빼놓고 이야기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2일 자신을 곰탕집 성추행 사건 글을 올렸던 부인이라고 밝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제 다 끝”이라며 “이제 저희가 더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증언이나 영상자료는 무시된 채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하나에 제 남편은 이제 강제추행 전과기록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며 “이게 정말 대통령님이 말씀하시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인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상대방 측으로부터 언제 민사소송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며 “이제는 차라리 남편이 만졌다면 억울하지 라도 않겠다는 심정이다. 어디 가서 이 억울함을 토해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올라온 지 4시간 만에 약 1300명이 추천을 눌렀고, 600개가량의 댓글이 달렸다.

“도움 되지 못해 미안” vs “왜 대통령을 욕하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힘내라.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며 A씨를 옹호하는 글이었다. 반면 다음으로 추천 수가 많은 댓글은 “판사가 잘못한 건데 왜 대통령 욕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여기서 대통령 욕하는 사람들은 청와대에서 판사한테 압력 행사를 원하는 거냐”며 A씨 글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댓글 반응도 양분됐다. 많은 이들은 “남자, 여자 성추행 문제가 아니라 증거가 없는데 유죄인 게 말이 되나” “끝까지 응원했는데 남편 잘 다독여줘라. 무슨 나라가 이 모양이냐” “수많은 사람이 함께 분노하고 있다”며 A씨를 독려했다.

반면 “거짓말탐지기 결과 남편 발언 거짓말로 나왔다” “피해자는 합의금 요구한 적 없다는데 왜 거짓말했나” “남편이 폭탄주 다량 마신 것과 진술번복은 왜 이야기 안 하나. 법원이 고작 피해자 진술 하나로 판단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A씨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댓글도 많았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사진 유튜브 캡처]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사진 유튜브 캡처]

이 사건은 A씨가 지난해 해당 커뮤니티에 ‘제 남편의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후 해당 글이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랐고, 33만명 이상이 서명하면서 국민적 이슈가 됐다.

식당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남편 B씨(39)와 피해자와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 1.3초에 불과한 점, B씨의 명확한 범행 장면은 지나가는 사람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점, 초범인 B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점 등이 논란의 원인이 됐다. 판결을 규탄하는 남성단체가 만들어지며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2심 역시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B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성추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추행 정도와 가족들의 탄원이 고려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 발생 2년 만에 사법부는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짐으로써 강제추행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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