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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폭행·성희롱···규제없는 인터넷 방송, EBS도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력과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 [유튜브 캡처]

폭력과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 [유튜브 캡처]

인터넷 방송에 대한 허술한 규제가 결국 교육방송 EBS 콘텐트의 폭력ㆍ성희롱 논란까지 이어졌다.
지난 10일 EBS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의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당당맨’ 캐릭터의 개그맨 최영수(35)가 미성년자 MC인 채연(15)을 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같은 방송에서 ‘먹니’로 활동 중인 개그맨 박동근(38)이 채연을 향해 성매매 업소에서 사용하는 은어로 알려진 ‘리스테린 소독한 X’이라며 ‘독한 X’ 등 욕설을 하는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 직후 “사실이 아니다.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 추측과 오해는 자제해달라”던 EBS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강경한 대응으로 전환했다. 11일 밤 김명중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문제의 출연자 2명에 대한 출연 정지와 관련 유튜브 영상 삭제 조치를 취했고, 2일에는 긴급 간부 회의를 열어 ‘보니하니’ 방송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번 사태는 EBS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제작 시스템 전체를 꼼꼼히 점검할 것”이라며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인 유아어린이특임국장과 유아어린이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제작진을 전면 교체한다고 밝혔다. 2003년부터 방송 중인 ‘보니하니’는 EBS의 대표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올 4월 펭귄 캐릭터 ‘펭수’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EBS가 12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

EBS가 12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

16년 역사 ‘보니하니’의 방송 중단까지 빚어졌지만, 문제의 방송에 대한 법적 제재는 쉽지 않다. 방송법상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영상은 심의와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똑같은 영상이 TV로 방송됐다면 ‘방송심의에 대한 규정’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주의ㆍ경고ㆍ관계자 징계 등 법정 제재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 영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심의에 관한 심의 규정’ 의 적용을 받는데, 이 규정을 어긴 경우라도 해당 영상삭제, 접속 차단 등 ‘시정 요구’만 할 수 있게 돼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2일 “ ‘보니하니’의 문제 영상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사무처에서 검토 중”이라며 “정보통신 심의의 주목적은 유해 콘텐트의 유통 금지여서, 이미 ‘보니하니’의 문제 영상은 삭제됐기 때문에 심의 안건에 올라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허술한 규제는 인터넷 방송의 자극적 콘텐트 양산을 부추기는 결과는 낳고 있다. 올들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인터넷 동영상 건수는 지난달까지 537건으로 지난해 481건보다 증가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보문화보호팀장은 “36명이 유튜브를 비롯해 네이버 TV, 아프리카TV, 팝콘TV, 판다 TV 등 미디어 플랫폼에 게시된 개인방송 동영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아프리카TV에서만 하루 평균 6만 시간의 개인방송이 송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문제 영상을 제대로 걸러내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김관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재 방송법상 허가받은 사업자의 콘텐트만 받고있는 방송 심의의 잣대를 인터넷 콘텐트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법 체계 일원화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이는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고민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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