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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가족에 집 준다”던 화순 아산초 고육지책, 선거법에 발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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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매년 줄어드는 학생 수 문제로 고민하던 전남 화순군 아산초등학교가 타지에서 이사 오는 전학생과 신입생 가족에게 집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제안한 ‘무상주택’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 “교육감 선출직…기부행위” #타 학교 이미 시행…형평성 논란도

10일 화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화순 아산초의 학생유치용 사택 무상제공에 대한 적법성 검토를 한 결과 사용료를 면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아산초에 발송했다. 화순군선거관리위원회가 ‘교육감이 선출직이기 때문에 관사 같은 건물을 선거구민에게 무상으로 제공(기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있다’는 해석을 내려서다.

아산초 전교생은 현재 27명이다. 내년이면 19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드는 전형적인 ‘작은 학교’다. 당초 아산초는 교내에 쓰지 않는 옛 관사를 2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바꿔 2020학년도에 맞춰 타지에서 이사 오는 입학·전학생 가족에게 무상 임대할 계획이었다.

화순군이 아산초의 제안에 약 2억8000만원의 건축비를 부담하고 화순교육청은 약 1억원 상당의 학교 내 관사 부지와 철거비를 제공했다. 2학년 쌍둥이와 유치원생을 둔 가족이 광주광역시에서 이사 올 예정이고, 다른 1가구는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하려 했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아산초의 ‘무상주택’이 선거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선관위의 해석이 나오면서 시행에 차질이 생겼다. 이후 화순교육청은 “관사는 무상 제공이 없다”며 “아산초와 무상주택을 협의한 바도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상주택은 전국 일부 농촌학교에서 수년째 시행 중인 제도여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폐교 위기에 몰린 농촌학교들이 전학생들에게 주택을 제공하면서 학생 유치에 큰 효과를 보고 있는데도 아산초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남의 경우 구례 청천초가 2017년을 전후로 보증금 100만원만 받고 타지에서 이사 오는 전학생과 입학생 가족에게 학교 내 시설을 리모델링한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청천초의 학생유치용 무상주택 6채 중 3가구가 입주해 유치원생 1명, 초등학생 4명이 재학 중이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학생이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촌학교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수년째 무상주택을 통해 학생을 유치하는 곳들이 있는데도 선거법을 적용해 막으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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