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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4시간뒤 이수용 또 말폭탄 공격 "트럼프 겁먹은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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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을 향해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9일 경고했다. 스스로를 “잃을 게 없는 사람들”로 칭하며 도발 강도를 높인 직후 다시 말폭탄을 쏟아낸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4월 24일 새벽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전송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는 모습. 양옆으로 박봉주·리수용 당 부위원장이 박수치고 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4월 24일 새벽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전송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는 모습. 양옆으로 박봉주·리수용 당 부위원장이 박수치고 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몹시 초조하겠지만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수용 국제담당 부위원장 9일밤 담화문 내

담화에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경고 메시지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이 부위원장은 “트럼프는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하는 것 같다”며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할지 매우 불안 초조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최근 잇달아 내놓는 트럼프의 발언과 표현들은 얼핏 누구에 대한 위협처럼 들리지만 심리적으로 그가 겁을 먹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다. 그리고 그는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적은 바 있다.

이 부위원장은 또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 있다”며 “또한 누구처럼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악화된 북·미 관계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담화는 이날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의 후속편 격으로 나왔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 부위원장의 담화가 나오기 4시간 30분 전 담화를 통해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며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용기가 없고 지혜가 없다면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미국의 안전위협이 계속해 커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무력 도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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