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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반원 폰 영장 기각에 칼 가는 경찰···'서장' 카드 꺼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밤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왼쪽)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밤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왼쪽)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이 보인다. [연합뉴스]

숨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연달아 기각된 경찰이 고심에 빠졌다. 영장 재신청부터 경찰서장이 검찰에 압수품에 대한 의견을 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휴대전화 관련 자료가)어떤 식으로든 공유돼야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면서 "변사 사건을 처리하는 입장에서 뭐가 나올지 몰라도 압수품을 확인해야 한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2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서초경찰서에서 보관하고 있던 A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서초서는 A씨의 사망 경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며 지난 4일, 6일 두차례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다.
당시 검찰은 "휴대전화는 선거 개입 등 혐의와 변사자 사망 경위 규명을 위해 적법하게 압수돼 조사 중"이라며 "변사자 부검 결과, 유서, 관련자 진술,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에 비춰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두 차례 반려에도 경찰이 휴대전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키자 대응 방안에 이목이 쏠린다.

세번째 영장 신청?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경찰의 대응은 세번째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다. 현행법상 경찰은 검사가 반려한 영장을 다시 신청할 수 있다. 횟수에 대한 제한은 없다.

서울청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건 어디까지나 1차 부검의의 소견일 뿐"이라면서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영장 발부의) 상당성과 필요성을 보강해 재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다시 영장을 신청한다고 해도 이미 두차례 영장 신청을 기각한 검찰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검찰이 독점하는 영장청구권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도 영장 신청 가능성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 것"이라면서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첨예한 상황에서 검찰의 독점적인 권한을 공론화에 부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초서장이 중앙지검장에 의견 낼 수도

사진은 서울 중앙지검 정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사진은 서울 중앙지검 정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서초경찰서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직접 압수품에 대한 의견을 낼 가능성도 있다. 압수품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거나 잇따른 기각에 항의하는 방안이다.
현행 수사준칙에 따르면 사건에 관련된 해당 경찰서장은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해당 검사의 소속 기관장에게 의견을 낼 수 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서장이 직접 지검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정중히 거절하면 그만"이라면서 "다만 국민에게 검찰 조치에 대한 부당함을 강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서초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초서는 대응 방안을 두고 경찰청, 서울청과 면밀하게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거론되는 모든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대응 실효성 낮아…"총리실이 조율해야"

법조계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검경 간 공방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한규 변호사는 "변사 사건을 규명하겠다는 경찰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기관 간 갈등으로 비친다"면서 "기관끼리 대립할 게 아니라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실이 직접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경찰은 협조를 얻어낼 방법도 고심하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수사기관끼리 다투는 모양새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법적인 방법을 찾고 있지만 두 기관이 다투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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