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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목 치라” 강금실 판박이? 檢수장 축하전화 받은 추미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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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여성 장관’ 그리고 ‘검찰개혁’

강금실·송광수 對 추미애·윤석열, 비슷하지만 다르다 #윤석열은 추미애에 축하전화

추미애(61·사법연수원 14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난 5일 지명됐다. 노무현 대통령 때 초대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강금실(62·13기)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와 '여성, 개혁성향, 판사 출신'이라는 이력이 겹친다. 나이와 연수원 기수 모두 한 해 차이다.

靑 향한 수사가 '검찰개혁' 발목 잡아 

두 사람의 화두는 ‘검찰개혁’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부회장이던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강 전 장관 부임 당시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 설치 등을 필두로 한 검찰개혁이 이슈였다. 최근 논의되는 41개 직접수사부서 폐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합치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4일. 변선구 기자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4일. 변선구 기자

검찰 상황도 비슷하다. 우선 강 전 장관 당시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를 이끌면서 노 대통령의 대선 참모였던 안희정(전 충남지사)씨 등을 구속했다. 이 역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 등 청와대를 겨누고 있는 윤석열호 검찰과 겹친다.

실제 강 전 장관 당시 검찰개혁은 국민 지지를 등에 업은 수사에 발목이 잡혔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차라리 내 목을 치라”(2004년 6월)며 중수부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수사에 대해 “‘소름이 끼친다’고 할 만큼 검찰은 유능했다”고 평했다. 정권이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비처를 신설한다면 수사 보복으로 비칠 가능성이 컸다. 강 전 장관의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고 부임 1년 5개월 만에 전격 교체됐다.

송광수 팔짱 낀 강금실, 추미애·윤석열 관계는?  

각종 ‘여성 1호’ 타이틀을 도맡다 보니 비교도 많이 된다. 강 전 장관은 여성 1호 법무부 장관은 물론 첫 여성 형사단독판사, 첫 여성 민변 부회장을 지냈다. 추 후보자 역시 헌정 사상 최초의 지역구 5선 여성의원이다. 추 후보자는 2003년 강 전 장관이 기용될 당시에도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다고 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자 여성 판사 출신이라는 이력 덕이었다. 당시 한 시사주간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과 추 후보자가 정치 차세대 리더 5, 6위로 나란히 거론됐다.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과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과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상황과 스타일은 확실히 다르다. 우선 강 전 장관은 당시 검찰총장보다 11기수 낮은 파격 인사로 임명됐다. 한창 현장을 지휘할 일선 부장급이 법무부 수장이 된 셈이었다. 일찌감치 법복을 벗고 시민사회에서 활동 영역을 다져 ‘재야’로 분류된 터라 법무장관으로서는 이례적 이력이었다. 이후 강 장관이 기수를 파괴하겠다는 인사 지침까지 내리면서 평검사들이 나서 검찰 인사에 대한 집단 건의서를 내는 등 반발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검찰과 법무부간의 ‘갈등설’이 불거질 당시 송 총장 등과 저녁 자리를 마친 강 전 장관은 송 총장의 팔짱을 끼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일선 검사 1400여명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깨끗하고 아름답고 햇빛 속에서 순식간에 제 몸을 흔적 없이 다 녹여낼 수 있는 눈사람들이 영혼을 다치지 않고 살고 있었다”며 검사를 낭만적으로 묘사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톡톡 튀는 발언과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강효리(강금실+이효리)'라고도 불렸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현동 기자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현동 기자

반면 추 후보자는 5선 의원과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중량감이 다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9기수 선배기도 하다. 특히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칭을 얻었다. 추 후보자는 지명 날 ‘윤 총장과 호흡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개인적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동등한 지위가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향의 추 후보자가 조기 인사권 행사로 조직 장악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법조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공석인 검사장급 6자리를 포함한 대대적인 검찰 인선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로 손꼽히는 추 후보자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조국 전 장관 임명 때와는 다소 다른 검찰의 기류가 읽힌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은 추 후보자가 지명된 이튿날인 6일 추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추 후보자가 감찰권과 인사권을 통해 검찰 수사팀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판사 출신인 만큼 원리원칙대로 일을 처리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는 얘기다.

추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6일 추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단이 꾸려졌고, 사무실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 6층으로 정해졌다. 추 후보자는 9일 오전부터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게 된다. 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는 이르면 9~10일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추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늦어도 내년 초에 법무부 장관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수민·윤상언 기자 kim.sumin2@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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