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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아닌 ‘규제 트리’…4차 산업까지 가지 뻗어

중앙일보

입력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얽힌 규제가 신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8일 ‘신산업 규제트리와 산업별 규제사례’ 보고서를 통해 각 산업을 둘러싼 규제를 도식화한 규제현황 지도 ‘규제트리’를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8일 신산업과 규제가 얼마나 얽혀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규제트리’를 발표했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8일 신산업과 규제가 얼마나 얽혀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규제트리’를 발표했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SGI는 이번 연구에서 정부가 선정한 혁신성장 선도 사업 가운데 바이오‧헬스, 드론,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4개 분야의 규제트리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규제트리를 통해 4대 신산업의 규제환경을 분석했더니, 신산업은 ‘대못규제’ ‘중복규제’ ‘소극규제’에 막혀있다”고 규정했다.

 ‘대못규제’는 다양한 연관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규제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일컫는 것이다. 이 법을 통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소관 부처를 하나로 모으고,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처리한 ‘가명 정보’를 기업이 신사업에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 법이 국회에 묶여 있어 데이터 연관 산업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다.

신산업별 연관 규제.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신산업별 연관 규제.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가 규제트리를 통해 데이터 3법과 연관된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을 분석해 보니 ▶바이오‧헬스 산업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의료법’ ▶드론 산업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항공안전법’ ▶핀테크 산업은 ‘신용정보법’ ‘자본시장법’ ▶인공지능(AI)은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규제에 엮여 있었다.

바이오·헬스 사업단계별 규제환경.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바이오·헬스 사업단계별 규제환경.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는 또 ‘복합규제’도 신산업을 가로막는다고 봤다. 기존 산업을 융·복합하는 신산업은 2, 3개가량의 규제를 중복해 적용받는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정보기술(IT)과 의료 산업을 융합한 바이오‧헬스 산업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다중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신산업의 규제 틀을 갖춰지지 않은 형태인 ‘소극규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극규제는 새로운 사업이 나타나는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한상의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 사업의 경우 로봇은 차도, 인간도 아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도로주행도, 인도 통행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신산업이 규제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못규제’를 우선 해결하고 사회적 갈등이 있는 사업 분야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영경 대한상의 SGI 원장은 “여러 부처가 관여해야 하는 규제 혁신 과정에서 부처별로 나뉜 ‘칸막이식 규제집행’ 때문에 신산업‧신제품의 도입과 시장화가 늦어지고 있다”며 “규제 트리가 앞으로 신산업 규제개선을 위한 방향과 전략 마련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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