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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Try me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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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호 31면

진짜 영어 12/7

진짜 영어 12/7

최근 한·일 외교가에서 주목받은 영어 표현이 있다. ‘try me’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종료 연기와 관련한 일본의 대응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일본에 “You try me”라고 말했다. 양측 합의로 이뤄진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을 ‘일본 외교의 승리’ ‘퍼펙트 게임’이라며 일본이 일방적으로 승리한 것처럼 말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정 실장은 “영어로 try me는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할 경우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동사 try는 ‘노력하다’가 아닌 ‘시험하다’의 의미로 쓰였다. 옷 가게에 가서 사고 싶은 옷이 몸에 맞는지 입어보는 걸 try on이라고 하고, 제품을 사용할지 결정하기 위한 테스트나 선수 선발을 위한 예선 경기를 tryout이라고 한다.

‘try me’는 일상 대화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다. 거칠게 번역하면 ‘어디 한번 해봐. 내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봐’ 정도의 의미다. 맥락에 따라 다르지만 엄포와 경고의 뜻을 담은 공격적인 표현으로 쓰일 수 있다. 미국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try me’를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고 말할 때 쓰인다’고 정의한다.

“If we can’t agree on a pay rise, I will look for a new job. Try me.”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다면, 다른 직장을 찾아보겠어. 두고 봐. 내가 어떻게 하는지.) “If you don’t finish eating your dinner, I will confiscate your phone. Try me.” (너 저녁 다 안 먹으면, 휴대전화 압수할 거야. 한번 두고 봐.)

공격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보니 에둘러 말하는 외교적 표현으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 정의용 실장이 try me라고 한 건 매우 강력한 항의의 표시다.

이 표현을 국제 관계에서 사용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표현을 쓴 적 있다. 그는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던 2017년 북한을 향해 “Do not try us”라고 했다. 당시 트럼프가 했던 말은 “Do not underestimate us. And do not try us”였다. 즉,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진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였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혜민, Jim Bulley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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