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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알루에트-Ⅲ…43년간 영해 지켜온 해상작전헬기 퇴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월 3일 해군 목포기지에서 마지막 비행을 마친 알루에트-Ⅲ 조종사들이 헬기 앞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해군]

12월 3일 해군 목포기지에서 마지막 비행을 마친 알루에트-Ⅲ 조종사들이 헬기 앞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해군]

“영해수호를 마치고 퇴역을 명받았습니다.”

43년 간 지구 360 바퀴 돌 거리를 비행 #북한 간첩 모선 격침해 킬마크도 달아 #목포 아시아나 사고 땐 많은 인명 구조

43년간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켰던 해상작전 헬기인 알루에트(Alouette)-Ⅲ가 3일 퇴역한다. 이날 해군 제609 교육훈련 전대가 주둔한 목포기지에서 알루에트-Ⅲ 퇴역식이 열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알루에트-Ⅲ 3대는 짧은 고별 비행을 한 뒤 퇴역 명령을 받았다. 이 장면을 알루에트-Ⅲ와 함께 청춘을 바친 예비역 조종사와 정비사가 지켜봤다.

알루에트-Ⅲ가 AS-12 대함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알루에트-Ⅲ가 AS-12 대함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현재 EADS)가 만든 알루에트-Ⅲ는 타원형 동체에 유리로 덮인 콕핏(조종석) 구조의 해상작전 헬기다. 조종사와 부조조종사 외 4명을 태울 수 있다. 870마력의 엔진으로 최대 속도 118노트(시속 218㎞)를 낼 수 있다. 최대 2시간 30분 비행할 수 있다. 자기변화탐지기(MAD)와 어뢰를 장착해 대잠수함 작전을 벌이며, 미사일ㆍ로켓ㆍ기관총을 탑재해 대수상함 작전도 가능하다.

알루에트-Ⅲ는 대잠수함 작전 능력을 보유한 해군의 첫 번째 함정 탑재 헬기다. 1977년부터 모두 12대가 도입됐다. 해군은 일부 구축함의 후갑판을 비행 갑판으로 개조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알루에트-Ⅲ 301호기에 보면 킬마크가 그려졌다. 이 마크는 1983년 8월 13일 이 헬기가 북한 간첩 모선을 AS-12 대함미사일로 격침했다는 의미다. [사진 Reddit]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알루에트-Ⅲ 301호기에 보면 킬마크가 그려졌다. 이 마크는 1983년 8월 13일 이 헬기가 북한 간첩 모선을 AS-12 대함미사일로 격침했다는 의미다. [사진 Reddit]

오랜 시간 활약하다 보니 알루에트-Ⅲ 기체에 얽힌 사연도 많다. 구축함 강원함(DD-922)에 배치된 알루에트-Ⅲ 301호기는 83년 8월 13일 동해 독도 근처에서 발견한 북한 간첩 모선을 추적해 AS-12 대함미사일로 격침했다. 이 헬기엔 킬마크가 그려졌다.

93년 7월 26일 목포 공항에 착륙 중이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추락한 현장에 알루에트-Ⅲ가 투입됐다. 아시아나 승객들이 알루에트-Ⅲ에서 내린 밧줄을 매달려 구조되는 장면이 당시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92년엔 흑산도에 사는 임산부를 목포로 긴급히 이송하던 중 기내에서 여자아이가 태어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알루에트-Ⅲ는 산불진화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언제든 출동했다.

알루에트-Ⅲ가 항공구조훈련 펼치고 있다. [사진 해군]

알루에트-Ⅲ가 항공구조훈련 펼치고 있다. [사진 해군]

알루에트-Ⅲ는 2007년부터 해군의 헬기 조종사 교육용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인명사고 없이 해군 조종사 224명을 키웠다. 지난달 7일 마지막 교육 훈련 비행을 끝으로 모두 7만 3545시간 동안 지구를 360바퀴 돌 수 있는 1443만7766㎞ 거리를 날았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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