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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만찬' 비운의 박세현, 중앙지검 1호 공보관 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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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전문공보관은

박세현(44·사법연수원 29기·사진)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이 서울중앙지검의 첫 전문공보관을 맡게 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박 단장은 다음 달 1일부터 중앙지검 관련 공보를 담당한다. 전문공보관은 중앙지검 수사상황에 관해 언론의 문의가 들어올 경우 대응하는 업무를 할 예정이다.

박 단장은 승인받은 공보자료를 배포하거나 일정한 경우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지금까지는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검사가 공보를 담당했으나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12월 1일부터는 전문공보관이 전담하게 됐다.

전문공보관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대검찰청은 신중하게 고려해 박 단장을 인선했다고 한다. 언론과 원만히 소통할 수 있고 중앙지검 1·2·3·4차장 산하의 사건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골랐다고 한다.

박세현은 누구

박 단장은 동기 검사 중 1등으로 꼽힌다. 박 단장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공익법무관을 마치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중앙지검에서 초임 검사로 근무했다. 이후 부산지검·법무부·서울서부지검 등을 거쳐 2013년부터 2년 동안 법무부 검찰과 부부장검사를 맡았다.

법무부 검찰과 부부장은 검찰1과의 0순위 검사라는 의미에서 ‘1-0’이라 불리는 자리다. 동기 중에서 가장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가 주로 맡는다. 부장검사 이상의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요직이다.

그의 가족은 

박 단장의 아버지는 김대중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박순용(74) 변호사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을 거친 ‘특수통’인 박 전 검찰총장은 TK 출신이라는 이유로 김대중 정부에서 홀대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호남 출신의 신승남 당시 대검 차장이 실세라는 말이 나왔다.

박세현 단장의 부친인 박순용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박세현 단장의 부친인 박순용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박 단장의 외할아버지는 고(故) 김용제 전 서울지검장이다. 사법시험의 전신인 조선변호사시험의 제1회 합격자이기도 한 김 전 검사장은 대검에서 재직하던 중 1972년 3월 사망했다. 박 단장이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기수 1등으로 꼽힌 박 단장이 중앙지검에서 근무하는 건 14년 만이다. 검찰 내에서 수사력 등으로 인정받는 검사가 중앙지검에 모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14년이란 기간은 이례적이다. 박 단장의 동기 검사는 “박 단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요직을 맡으면서 이번 정부 들어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했다.

왜 비운의 검사가 됐나

박 단장은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부터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을 맡았다. 그는 이른바 ‘돈봉투 만찬’으로 논란이 된 자리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동석했다. 2017년 4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 100만원씩이 든 돈봉투를 건네 문제가 됐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중앙포토]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이 전 지검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소송 끝에 면직 징계 처분도 취소됐다. 그러나 돈봉투 만찬 사건에 무죄가 선고된 건 박 단장의 인사 이후다.

차기 검찰과장 1순위로 꼽혔던 박 단장은 문 정부 첫 인사인 2017년 8월 인사에서 수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 났다. 박 단장과 함께 근무한 검사는 “박 단장은 수사·기획 능력이 뛰어나 형사기획과장을 거쳐 검찰과장을 맡을 것이라고 봤다”며 “차분한 성격에 성품까지 좋아 후배들에게도 존경받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박 단장의 동기는 “박 단장이 최근 아쉬운 인사를 받긴 했지만 성품이 좋고 능력이 뛰어나 분명 잘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며 "첫 중앙지검 공보관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는 검사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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