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원내대표의 징계를 두고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또 충돌했다.
오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본인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제소와 관련해 “손 대표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당 윤리위원회가 원내대표인 저까지 징계절차에 회부했다”면서 “손 대표는 더는 추태를 부리지 말고 즉각 정계를 은퇴하라. 손 대표가 당을 떠나면 저 또한 신당 창당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바른미래당 재활 작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바른미래당 윤리위는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서 신당기획단을 이끄는 오 원내대표(변혁 대표)와 권은희·유의동(공동 단장)·유승민(전 변혁 대표) 의원에게 징계절차 개시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당 윤리위는 22일 징계절차를 개시하며 다음 달 1일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오신환, "나를 끌어내리려면 의총에서 3분의 2 찬성 나와야"
의원들의 손으로 뽑힌 원내대표를 당 대표가 징계에 회부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를 징계에 회부해 끌어내렸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손학규 대표 측이 무슨 구상을 하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오 원내대표는 징계위 결과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애석하게도 손 대표가 저를 원내대표에서 끌어내릴 방법이 없다. 원내대표 오신환은 손 대표가 임명한 사람이 아니라 국회법과 당헌·당규에 따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저를 자리에서 축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에서 제명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 “제명 이하 징계는 의총 불필요”
하지만 윤리위 해석은 다르다.
안병원 당 윤리위원장은 “윤리위에서 제명됐을 경우는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당헌 제53조 3항)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 이하의 징계, 예를 들어 당원권 정지 등은 의총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 징계는 ▶제명 ▶당원권 정지 ▶당직 직위 해제 ▶당직 직무정지 ▶경고로 나뉘는데 안 위원장은 “당직 직무정지 징계만 받아도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신업 대변인도 “해당 행위로 윤리위 결정에 의해 징계를 받으면 임명직이든 선출직이든 모든 것이 박탈될 수 있다”면서 “원내대표도 바른미래당의 당직”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바른미래당 윤리위가 ‘당직 직위 해제’ 수준으로 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명 같은 중징계가 아니면서도 오 원내대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장진영 당 대표 비서실장은 “10월에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 윤리위로부터 ‘당직 직무정지’를 받고 물러나 새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2인 원내대표의 '한 지붕 두 가족' 나오나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원내대표가 2명인 ‘한 지붕 두 가족’이 꾸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 대표 측은 “윤리위가 만약 오 원내대표를 당직 해제 이상의 처분을 내린다면 원내대표 역시 새로 선출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변혁의 주축인 유승민계를 제외한 나머지 안철수계 의원들도 당 정상화 작업에 협조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령 안철수계가 불참하더라도 원내대표 선출은 가능하다는 게 당권파 측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당규에 따르면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를 소집해 선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재적 의원은 28명으로 10명 이상이면 조건을 충족한다.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28명 중 당권파는 9명(박주선·주승용·김동철·이찬열·김성식·김관영·채이배·최도자·임재훈 의원)이다. 여기에 외부에서 활동하거나 당에 관여하지 않는 4명(박주현·장정숙·이상돈·박선숙 의원) 중 1명만 추가로 찬성하면 된다.
반면 오 원내대표 측에서는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이유가 없다”며 “설령 꼼수로 선거를 열어도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측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