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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백년"가락에 한 핏줄 공감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노태우 대통령내외와 최병렬 문공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오후7시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벌어진 소련 한인가무단의 공연은 『청산에 살리라』 『고향마을』등 한국가곡이나 소련의 한인교포들이 고향을 그리며 지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열렬한 박수 갈채가 터지는 등 시종 흥분의 도가니.
특히 김 올레그씨가 카셋테이프를 들으며 배웠다는 『한오백년』과 고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서울이여』를 부른 뒤 객석으로 뛰어 내러가 관중들과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 이어 신 갈리나씨가 『손에 손잡고』를 부르자 관중들은 합창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한편 이날 『사랑의 불사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열창한 교포2세 조균화씨는 부천에서 달려온 사촌형 조용진씨 (67)와 상봉,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축하박수를 받았다.
○…선수단구성을 둘러싸고 물의를 빚은 재미체육회(회장 권부길)는 『한민족체육대회는 역시 미국과 소련의 동포들이 주도가 돼야한다』며 오는 10월2일 오후7시 타워호텔에서 50개국전선수단을 대상으로 대규모 만찬을 주최키로 결정.
권 회장 등 재미체육회간부들은 28일방 대원각에서 김집 체육부장관의 주최로 열린 만찬에서도 소련단장 편 비탈리씨에게 『다음대회부터는 미소 두 강대국교포들이 앞장서 대회를 이끌자』며 다짐하기도.
○…29일 오후 올림픽공원88마당에서 벌어진 연날리기 시연장에는 거북선·만국기·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연 등 대형 연들이 가을하늘을 오색으로 수놓으며 절정에 달한 대회분위기를 더욱 고조.
특히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1백30여개국 국기의 모형방패연은 변하일씨 (54)가 2개월에 걸쳐 제작한 길이 4백50m짜리로 눈길을 끌기도.
15년만에 브라질 연날리기선수로 고국 땅을 밟은 이필성씨(70)는 『12세 때 고향인 황해도 평산에서 연 날리던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29일 연날리기 대회에는 재코스타리카 교포 5명이 참가했는데 소련교포 4세 정림아씨 (49)가 끼여 있어 주목을 끌었다.
정씨는 모스크바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생활을 하던 중 당시 코스타리카에서 유학와 있던 현재의 남편과 결혼, 코스타리카로 간 것.
코스타리카 교포들은 정씨가 한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의사로 교포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
『고국에 와서 기쁘고, 잘사는 것을 보니 더욱 기쁘다』는 정씨는 교포사회에서 우리말을 많이 배우게 돼 이제는 읽고 쓰는데 불편이 없다고.
○…한민족체육대회에 참가한 50개국선수단이 한글타자기도 선물 받는다.
동아정공 측은 해외동포들에게 한글신문발행 등을 돕도록 미국·일본·중국·소련 등에 10대씩 모두 1백22대를 지급키로 했다.
○…해외동포가운데 중국동포들이 친·인척을 찾아달라고 대회본부 측에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다.
오응호씨(중국사회과학원)는 한국에 살고있을 태창갑·이창윤씨 등 연길 국민고등학교 (43년 졸업) 동창생을 찾는다고 알려왔고, 김오순씨 (연길)가 한 동네에 사는 오수익씨의 부탁으로 편지왕래가 끊긴 삼촌 김인권씨를 수소문해 달라는 등 29일 하루 동안에도 11건이나 대회본부 측에 호소해 왔다.
○…한민족체전에는 6개 종목 12명의 전 국가대표가 각국 선수단의 임원 및 선수로 참가, 이채를 띠고 있다.
이들은 배구의 손종완씨를 비롯해 복싱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 이홍만씨, 수영의 남성남씨 등 한때 우리체육계를 풍미했던 스타들.
종목별로는 배구의 남자국가대표 손씨 외에 여자대표 유춘자·이향심·김군자씨 등이 브라질선수로 참가했으며, 수영에는 남씨 외에 방동일 (미국)·전옥자 (캐나다)씨 등이 포함돼 있고, 사이클의 정형택·원종오 (이상 캐나다) 씨, 탁구의 이재화씨 (호주), 빙상의 최남연씨 (노르웨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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