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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안 내달 초 발의”…꼬인 한ㆍ일관계 풀 묘수 될까

중앙일보

입력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문희상 안(案)’이 꼬일대로 꼬인 한ㆍ일 관계를 푸는 묘수가 될 수 있을까.

한ㆍ일 양국이 연말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등 핵심 원인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법의 하나로 급부상하는 게 문희상 국회의장의 이른바 ‘1+1+알파(α)’ 안이다. 특히 일ㆍ한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ㆍ77) 전 관방장관이 지난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희상 안이 다음 달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다음 달 말 베이징 정상회담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대한(對韓) 수출규제 철회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안의 발의와 통과 여부가 관심사다.

문 의장이 지난 5일 일본 와세다대 특강에서 공식 발표한 ‘1+1+α’ 안은 한ㆍ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에 양국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을 모아 기금을 만든 뒤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게 지원하는 방안이다. 양국 기업이 배상금을 마련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존안(‘1+1’)과는 차이가 있다.

문 의장은 법안 발의에 앞서 징용 피해자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다. 의장실 관계자는 “강제징용, 위안부, 원폭 피해자 등 다양한 피해자 목소리와 함께 유관 단체, 국회의원 의견을 듣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문 의장 개인의 구상이지만 다양하게 논의되는 것 자체가 나쁠 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징용 피해자 동의 여부이다. 현재로선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에서 문 의장 제안에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고 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6일 문 의장 안에 대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한 번이라도 물어봤다면 이런 제안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 또한 지난 11일 “문 의장 제안은 피해자들의 진정한 존엄 회복의 길을 가로막는 망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3일 오후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2관 앞 소공원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 행사에서 징용 피해자 박정규(앞줄 오른쪽 세번째) 씨 등 참가자들이 노동자상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2관 앞 소공원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 행사에서 징용 피해자 박정규(앞줄 오른쪽 세번째) 씨 등 참가자들이 노동자상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의장은 최대한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초 ‘1+1+α’ 안을 법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문 의장은 와세다대 강연에서 밝힌 대로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 문제를 포함해 과거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법안에 담을 방침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한ㆍ일 양국이 아픈 과거를 딛고 발전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제2의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이 나와야 한다”며 “문희상 안이 단초가 된다면 연말 양국 정상회담에서 ‘문재인ㆍ아베 선언’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의장 측은 법안을 기존 ‘강제동원조사법’의 개정안으로 발의할지, 제정 법안으로 발의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문 의장은 법안이 최대한 연내에 처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 의장은 지난 21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가 참석한 정치협상회의에서 ‘1+1+α’ 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 각 당 대표와 실무진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각 당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입법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1+1+α’ 안이 국회에서 무난하게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상황이 복잡해서다. 우선 연말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예산안을 놓고 혼돈의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 의장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문희상 안도 정쟁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장실 관계자는 “법안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가 아예 열리지 않아 법안 논의도 안 될 수 있어 사실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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