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
24일 오후 3시 청와대 앞에 얼기설기 만들어진 임시천막 앞.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화장실을 갈 때만 제외하고 줄곧 천막 안에 누워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주변의 부축을 받아 나와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
이를 지켜본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표님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외침과 함께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24일 단식 5일째를 맞은 황 대표의 몸상태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도 방석도 깔지 않은 채 책상을 두고 앉아 있던 단식 초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날도 주변의 도움으로 간신히 거동을 하는 그는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낮 청와대-밤 국회를 오가던 출퇴근 단식과 달리 22일부터는 청와대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천막 주변에는 어두운 표정의 한국당 의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보통 단식 3~4일째에 체력이 확 떨어지는데, 계속 추운곳에 있다보니 체력소모가 컸다”며 “또 지지자 등과 계속 대화를 하느라 체력 소모가 가중됐다. 어제 저녁부터는 계속 누워계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며 "그래서 고통마저도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또 지지자들에게 "추위도 허기짐도 여러분께서 모두 덮어주신다"며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오후 12시 20분쯤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문했다. 이 총리는 말없이 천막 안으로 들어갔고 황 대표는 일어서지 못하고 반쯤 누운 상태로 이 총리를 맞았다.
1분 정도 짧은 대화를 나눈 이 총리는 “건강이 상하시면 안 되니까 걱정을 전했고, 황 대표가 이렇게 어려운 고행을 하는 그 충정을 잘 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답변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말씀을 잘 전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을 취소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후 2시 7분 쯤에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목발을 짚고 도착했다. 정 전 총리는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과 추경호 의원 등의 부축을 받아 천막을 들어올린 채 황 대표에게 몸을 숙여서 안부를 물었다. 이에 황 대표는 ”아이고, 오셨습니까“라고 맞이했고 잠시 앉아 대화를 나눴다.
오후 2시 20분쯤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황 대표를 찾아 ”대표님 힘내세요. 버텨야 합니다. 이겨내세요“라고 했다.
유성운ㆍ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