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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하위 10%, 정부지원 소득이 일해서 번 돈보다 3배 많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득 하위 10% 가구가 국민연금·기초연금·아동수당같이 정부로부터 받은 소득이 일해서 번 소득의 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60(60세 이상) 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에 참가한 노인들이 채용 안내서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9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60(60세 이상) 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에 참가한 노인들이 채용 안내서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명목소득 하위 10%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공적 이전소득은 약 49만원으로 나타났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전소득은 국민연금·기초연금·아동수당같이 정부가 지원해 발생하는 소득이다. 하위 10% 가구의 이전소득은 근로소득(15만6000원)의 약 3.1배에 달했다. 일해서 버는 돈보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사적 이전 소득 합하면 근로소득의 4.2배

같은 기간 소득 하위 10% 가구의 사적 이전소득은 16만7900원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 이전소득과 달리, 사적 이전소득은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생활비와 같이 다른 가구로부터 얻는 소득이다. 공적 이전소득과 사적 이전소득까지 합친 전체 이전소득은 총 65만7900원으로 근로소득의 4.2배를 기록했다. 3분기 이전소득과 근로소득 대비 이전소득 배율 모두 2003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였다.

공적 이전소득이 늘어난 것은 가파른 고령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3분기 소득 하위 10%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69세였다. 2018년 1분기 67세를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2세 높아졌다. 소득 하위 10%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2003년 55세로 2008년 1분기 60세를 넘었고, 2016년 2분기 65세를 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소득 하위 10% 가구주 연령의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며 “가구주 연령이 65∼70세가 되면 농사짓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전혀 없어지기 때문에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은 9.8% 감소…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고령화 가속

반면 소득 하위 10% 가구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3분기보다 9.8% 감소했다. 감소 폭은 2분기(29%)보다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7분기 연속 감소세다. 근로소득이 줄고 이전소득은 늘어나면서 소득 하위 10% 가구의 전체 월평균 소득(90만1300원)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 향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는 약 5년간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빨라질 것”이라며 “근로소득이 줄어들 경우 정부의 이전소득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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