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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이탈로 ‘변혁’ 몸값 올라갔나…‘개혁’ 빠진 한국당의 M&A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2020나눔캠페인 사랑의온도탑이 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2020나눔캠페인 사랑의온도탑이 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불출마 및 당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을 때 한국당 일각에선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모임을 ‘배후’로 꼽는 목소리가 있었다. 변혁계와 사전조율해 한국당이라는 ‘우물’에 ‘침’을 뱉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변혁의 한 인사도 “우리도 당일 오전에 문자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의 선언이 한국당과 변혁의 통합 과정에서 변혁 측의 ‘주가(株價)’가 올랐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 의원이 사실상 총선에서 이탈하면서 한국당의 정치적 공간이 좁아졌다는 이유다. 여기에 김 의원과 함께 개혁소장파로 통하는 김용태 의원도 지난해 지역구(서울 양천을) 당협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통합 논의를 처음 꺼냈을 때보다 변혁 측 입지가 강화됐다고 보는 이유다.

유승민 변혁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변혁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세연 의원은 한국당에서 강경보수적 이미지를 옅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였다”며 “한국당이 108석을 갖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개혁 성향 인사들이 적기 때문에 이대로 총선에 나서긴 곤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려면 통합 외에는 사실상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

영입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영입은 야구 같은 스포츠로 치면 FA(Free Agent) 영입이다. 우리 팀의 약점을 보완할 선수에게 고액을 베팅해 데려와야 하는데, 최근 영입 추진 인사를 보면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등 이미 우리 당에 넘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사들을 데려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 공천 명단을 내놓으면 영남 자민련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결코 소설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변혁계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자신들의 공간이 넓어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변혁의 한 의원은 “김세연 의원의 이탈이 통합의 필요성을 끌어올린 것은 맞다. 한국당은 우리와 함께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서 인정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도 “유승민 의원이 내건 통합 조건 3원칙을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렇지만 오히려 통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어쨌든 키는 한국당이 쥐고 있다. 변혁이 5%대의 지지율로 분위기를 주도하긴 어렵다. 안철수 전 의원도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값이 그리 높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국당 내에서 통합을 견인할 인사가 목소리를 잃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교수도 이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김세연 의원의 이탈로 위기감에 빠진 한국당 지도부와 친박계가 오히려 내부 결집을 통해 돌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통합 과정에 되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황 대표의 상황 인식과 의지”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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