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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효과 미미한 '차량 요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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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차량운행 요일제가 실시된 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정책의 당위성 결여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의식 부족으로 시내 교통량 감소 효과는 물론 에너지 절약의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 상황을 맞아 수송부문 에너지 절약정책의 일환으로 차량운행 요일제를 실시했다. 국내 유류 소비량의 25%를 차지하는 수송부문 가운데 상용차.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다. 전 국민이 요일제에 참여해도 유류비 절감효과는 최대 2% 내외인 것으로 추산된다. 차량운행 제한으로 인한 국가경제 위축, 시민생활 불편 등을 감안할 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차량운행 요일제 정책의 당위성인 고유가에 대한 정부의 판단에 문제점이 없는지 우려된다.

현재의 고유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적으로 확산돼 온 환경 우선 정책, 리비아.이란.이라크 등 석유 생산 잠재력이 큰 국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한 석유개발 사업 부진, 중국.인도의 경제력 확대에 따른 폭발적인 수요 증가 등으로 생긴 구조적인 결과다. 산유국의 증산에 필요한 생산 인프라 개선에 3~5년이 걸리고 새로운 유전의 발견부터 생산까지 통상 7~10년이 소요되며, 광구권 확보 등 유전 개발 비용이 급격하게 인상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고유가는 최소 3~5년 동안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세계 에너지 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차량운행 요일제 시행과 같은 구태의연한 에너지 절약정책보다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고유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에너지 절약운동은 고유가 상황에 대한 정밀진단과 시대적 국민의식에 부합해야 실효성이 있다. 구시대의 산물인 구호적 성격의 한시적 절약운동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습관화하는, 자발적이고 내실 있는 선진형 절약운동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요일제 차량운행을 강제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신과 국민의 준법성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 경제를 선진화 대열로 발돋움하고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추진하던 시기에 국가 경제 성장 엔진인 에너지자원 확보를 담당하는 동력자원부를 산업자원부에 흡수 통합했다. 중국과 인도는 국가 경제력 성장을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에너지자원 확보를 정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고유가 시대에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발전 부문에서 화석연료 비율을 낮추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는 한편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해 국가적 에너지 소비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이런 에너지 절약 운동과 함께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활성화해 석유자원의 자립 확보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 무역 규모 12위의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발전적 경제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선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수 조건이다. 에너지 자원 확보에 소홀했던 과거 정부의 거듭된 실기로 인해 누적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 아래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에너지자원 확보사업은 에너지 위기상황과 국제유가 변동에 탄력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이다.

강주명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한국에너지공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