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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증언 「태풍의 눈」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두환씨가 장소·방법·횟수에 관계없이 무조건 증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야3당은 이를 일단 수용, 전씨의 조기증언 실현쪽으로 몰아갈 기세를 보여 전씨 선 증언은 5공 청산과 관련해 가을정국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정기 국회전에 평민당과 민주당은 5공 청산을 이번 정기국회의 목표로 삼겠다고 한만큼 전씨 스스로가 어떤 이유에서건 증언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5공 청산의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5월 여야4당 중진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5공 핵심인사처리와 일괄 타결한다는 전제조건아래 ▲1회 증언으로 마무리하고 ▲증언은 서면 질의 후 국회에서 4당 1명씩 보충 질의를 하며 ▲비공개로 하되, TV는 녹화 후 방영한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한바 있으나 특히 민정당 내부 사정으로 전씨의 국회 증언이 실현되지 못해온 점을 감안하면 야당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증언실현과 5공 청산을 함께 해결하는 호기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괄타결이냐, 개별타결이냐의 문제와 선 증언 후 5공 핵심인사 처리냐의 방법론을 놓고 아직 이렇다할 결론을 마련치 못하고 있어 당분간 이 문제를 두고 야3당간에 막후절충이 벌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민정당 측은 전씨가 불만을 가지고 무조건증언 얘기를 발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여야합의에 의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벌써부터 발을빼고 있어 여야중진회의에 나가더라도 민정당 측은 이 구실 저 핑계로 전씨 증언의 실현을 늦출 가능성이 많아 문제는 지금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평민당은 28일 확대간부회의 후 이상수 대변인이 『전씨 발언이 사실이라면 5공 청산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전씨 증언문제에 돌파구가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여당은 지체없이 전씨 증언을 실현시켜 국민의 여망인 5공 청산에 앞장서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해 전씨 발언을 환영하는 태도를 취했다.
평민당은 당초 전씨 증언문제와 5공 핵심인사처리를 일괄 타결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최근 선 증언-후 핵심인사처리로 태도를 바꿨다.
이 같은 태도변화는 청와대와 백담사간에 불화가 존재한다는 점을 역이용해 5공 청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산이었는데 이번 전씨 발언으로 더욱 정치적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도중 이 문제를 전면에 부상시켜 정치쟁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그 동안 5공 청산의 전략을 ▲핵심인사처리 ▲전· 최씨 증언 ▲입법보상 등 마무리조치의3단계로 확정해 놓고 정호용 의원 사퇴요구 등에서부터 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씨 측이 증언절차·횟수· 방법에 상관없이 조속한 증언의사를 밝히자 전씨 증언을 먼저 실현하는 쪽으로 선회할 신축성을 두기로 했다.
김 총재와 협의를 마친 이기택 총무는 『당초 방침은 5공 핵심인사를 먼저 처리한 뒤 전·최씨 증언을 듣는다는 것이었다』 고 밝히고 그러나 『전씨 측의 증언에 임하려는 입장이 확실히 확인될 경우 꼭 사법처리나 증언의 순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고 말해 선 증언방식채택을 강력히 시사했다.
민주당 측은 곧 여야중진회의가 열리면 5공 청산문제를 중심 이슈로 삼아 3야 공조체제를 재구축, 대여공세를 한다는 방침아래 평민당 측과 막후 의사타진을 활발히 해왔다.
그러나 5공 핵심처리를 가지고 선공할 경우에는 정호용 의원 문제가 걸러 민정당이 완강하게 버틸 경우엔 공세가 헛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내심 염려해 왔다.
따라서 전씨의 입장이 확보된다면 가장 확실한 선 증언에서부터 문제를 풀어 나갈 수도 있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다만 전씨 증언은 노 정부나 민정당에 치명타가 되듯 야당 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계속 견지해 나갈 방침이다.
○…지금까지 민정당 입장을 두둔해 왔던 공화당도 전씨 증언에 대해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화당은 핵심 인사처리 문제는 국회고발로 적당히 넘기고 전씨 국회증언은 실현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더욱 선 증언을 강하게 요구할 생각.
이에 따라 김종필 총재가 지구당개편대회에 참석하느라 서울을 비운 사이 열린 당직자회의는『조건 없이 전씨가 증언하겠다는 게 사실이라면 지체없이 증언이 실현되도록 해야한다』 고 촉구했다. <이규진·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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