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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 6박7일 ‘방미 카드’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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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019 한반도국제평화포럼(Korea Global Forum for Peace)’ 참석차 17~23일 미국을 방문한다.
한반도국제포럼은 국제사회에 현 정부의 평화통일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통일부와 국내·외 싱크탱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례 국제학술행사다. 특히 정부의 정책 지지 확보를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에서 분기별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미국 행사가 가장 마지막인 연말에 열리고 통일부 장관이 참석한다.
통일부는 12일 “한반도국제평화포럼 행사는 20일 워싱턴 D.C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개최된다”며“김 장관은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질의응답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연방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 방안 및 남북관계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의 미국행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첫 대외 행보다. 그러나 북·미,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미국 길에 오르게 됐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이후 후속 협상이 한 달 넘게 열리지 않고 있고, 그 사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해 남북 관계도 얼어붙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월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월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사진. [연합뉴스]

김 장관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미 행정부 및 의회 인사들을 만나 금강산 관광에 대한 입장을 듣고 재개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 초강수에 정부는 일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창의적 해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창의적 해법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개별관광 허용 등 금강산 관광 재개 쪽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북한과 ‘만나자’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서면 협의로 맞서고 있다. 북한의 철거 통지(10월 25일)→정부의 실무회담 제안(28일)→북한 서면 협의 고수(29일)→정부의 현장 점검 제안(11월 5일)으로 이어졌지만, 북한은 여전히 서면 협의하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선 대북 전문가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한국에 미국을 설득해 오라”는 의미로 분석하고 있다.

17~23일 워싱턴서 주요 인사 면담 추진 #금강산관광 美 입장 청취 후 '해법' 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AFP=연합뉴스]

이번 미국 방문에서 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스티브 비건 부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등 남북관계 현안은 결국 미국의 대북 정책과 연결되는 만큼 미국 측의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국무장관, 오브라이언 NSC 보좌관 등은 각각 외교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카운터 파트가 있는 상황이어서 김 장관과 실제 만남이 성사될지 미지수다.

지난해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국제포럼 참석차 방미 때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을 면담했다. 당시에도 통일부가 국무부를 상대하는 ‘직거래’에 나선 격이어서, 통일부가 국무부를 상대로 오랜 기간 추진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지만, 김 장관은 6박 7일 일정으로 늘려 잡았다. 그만큼 미 행정부, 의회 인사들을 더 많이 만나겠다는 취지다. 21일 로스엔젤리스(LA)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한반도 평화․경제’를 주제로 공개 특강을 하고, 한국학연구소를 방문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 북한 비핵화 견인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또 워싱턴 D.C와 LA 지역 교민들과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연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미 행정부·의회 인사들을 공 들여 만나려고 한다”며 “미국 유력 싱크탱크, 교민 간담회 등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7~9일 미 백악관 등을 다녀온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에 미 NSC 측은 강경했고, 그나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 정무라인 인사들은 경청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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