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낙엽 쓸기 ‘공공근로’ 100세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지난 8일 오전 8시 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삼정어린이공원. 70세 이상 노인 5~6명이 빗자루로 낙엽을 모아 마대자루에 담고 있다. 담배꽁초와 휴지 등 쓰레기도 주웠다. 정부의 공익형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다.

“나이 가장 많지만 빗자루질 거뜬 #건강 비결은 잠 잘 자기와 고스톱”

이 가운데 빗자루질 등 동작이 유난히 빠른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만 100세(1919년 생)인 이삼추씨다. 나머지는 70~80대로, 할아버지도 1명 있었다. 그는 “일행 중 나이는 가장 많지만, 체력이 좋아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60~70대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3년 전부터 공익형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일주일에 3일(하루 3시간) 일하며 한달 급여는 27만원이다. 대전에 100세 이상 노인은 모두 331명이다.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일하고 급여를 받는 노인은 이 할머니가 유일하다고 대전시는 전했다.

올해로 만 100세인 이삼추 할머니가 집 근처 공원에서 낙엽을 쓸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로 만 100세인 이삼추 할머니가 집 근처 공원에서 낙엽을 쓸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7세 때 결혼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에는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 자영업을 했다. 한국전쟁이 나자 남편과 피난 도중 경북 김천에 정착해 농사를 지었다. 이후 20여 년 전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자식이 있는 대전에 정착했다. 자식은 아들만 8형제를 뒀다.

할머니는 장수의 비결로 잠을 잘 자는 것을 꼽았다. 그는 “매일 오후 9시30분쯤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정도까지 잔다”며 “거의 깨지 않고 깊이 잔다”고 했다.

그는 식습관에 대해 “음식은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과식은 하지 않는 편”이라며 “고기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생선은 즐겨 먹는 편”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병을 앓아본 적도 없고 관절도 멀쩡해 거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대한노인회 대전광역시연합회 주최의 ‘건강한 어르신 선발대회’에서 특별상(상금 10만원)을 받았다. 한발로 오래 서 있기 등의 테스트를 했다.

그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평소에는 인근 노인정에 나가 할머니들과 고스톱(화투)을 치며 시간을 보낸다. 이 할머니는 “혼자 살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뭣 때문에 자식에게 의지하냐”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고스톱을 치면 두뇌활동을 계속하게 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여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고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