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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내부 갑론을박 “스마트폰 ODM, 연간 30% 이상 1억대는 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 8월 출시된 갤럭시A10s는 삼성전자가 중국 윙테크의 자회사 용뤼일렉트론에 맡겨 ODM 생산한다. [사진 삼성전자]

올 8월 출시된 갤럭시A10s는 삼성전자가 중국 윙테크의 자회사 용뤼일렉트론에 맡겨 ODM 생산한다. [사진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을 책임지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진 사이에서 갑론을박 중인 주요 경영 사항이 있다. 내년(2020년) 사업 계획을 확정할 때 제조자개발생산(ODM)을 비롯한 스마트폰 외주 생산 물량을 과연 어느 수준까지 늘릴지다. 지난달 31일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이종민 삼성전자 상무는 "내년도 시장 상황 등을 검토해서 향후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품질 관리 위해서라도 ODM이 낫다” 의견

최근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을 비롯한 상당수는 “퀄리티 컨트롤(QC·품질관리)을 위해서라도 현재 스마트폰 라인업을 관리하려면 오히려 ODM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임원진 회의에서 냈다고 한다. ‘30%’라는 목표 수치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목표 출하량이 3억대라고 치면, 약 9000만대에서 1억대는 ODM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메이커별 스마트폰 외주 생산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메이커별 스마트폰 외주 생산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내부 생산 비중은 사실 경쟁 업체보다 상당히 높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샤오미의 외주 생산 비중은 100%, 중국 업체인 레노버(87%), 메이주(60%), ZTE(54%)도 절반 이상이다. 삼성의 주요 경쟁자인 화웨이도 50%다. 화웨이의 지난해 생산 대수(2억 대)를 고려하면 1억 대는 폭스콘, 윙테크, 화친텔레콤 같은 중화권 위탁생산 업체가 제조했다는 얘기다.

폭스콘은 원청 업체의 설계대로 주문 제작만 맡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고, 윙테크·화친은 스스로 개발·디자인·생산까지 다 해 원청 업체 브랜드만 붙이는 ODM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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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폭스콘 등에서 위탁 생산하는 연간 출시 모델이 3개(아이폰11, 아이폰11프로, 아이폰11 프로맥스)에 지나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올 들어 내놓은 모델만 16개다. 갤럭시S시리즈, 중급형 A시리즈, 저가형 M시리즈, 그리고 노트와 폴드까지 포함돼 있다.

애플은 연간 제품 3개, 삼성은 16개…품질 관리 어려운 측면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무선사업부 개발자·엔지니어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삼성의 원UI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해야 한다. 개발진 상당수가 이중, 삼중의 업무를 하는 실정이다. 개발진의 과부하로 인해 품질관리 문제가 불거지고, 갤럭시S10의 지문 인식 오류 같은 버그가 잇따라 발생한다는 주장이 무선사업부 내부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삼성 제조사의 일부 휴대폰 기기에서 지문인식 센서 오작동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지문 인증을 끄고 패턴과 인증 비밀번호를 사용해달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삼성 제조사의 일부 휴대폰 기기에서 지문인식 센서 오작동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지문 인증을 끄고 패턴과 인증 비밀번호를 사용해달라“고 밝혔다.

ODM 확대를 추진 중인 노태문 개발실장은 갤럭시를 꿰고 있는 인사다. 2007년 38세 때 상무에 올랐고, 2010년 갤럭시S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2015년 무선사업부 개발실을 하드웨어(개발1실)와 소프트웨어 조직(개발2실)으로 분리했던 삼성전자는 2년 만에 노 사장 관할로 통합했다.

현재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을 비롯한 고위직 유임·이동 여부가 결정되는 다음 달이면 삼성전자가 ODM을 어느 정도 범위까지 늘릴지 결정될 전망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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