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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명예훼손’ 2심도 승소…탁현민 “집단들의 광기 두려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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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연합뉴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연합뉴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7일 여성비하 논란과 관련한 허위 보도로 피해를 봤다며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김은성 부장판사)는 탁 위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여성신문 측이 탁 위원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탁 위원이 2007년 발간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학창 시절 ‘첫 경험’을 얘기하며 “친구들과 공유했다”고 표현한 것이 2017년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탁 위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모두 픽션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성신문은 같은 해 7월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실었다. 해당 기고문은 별개의 인물이 이번 논란으로 과거 성폭행을 당한 상처가 떠올랐다며 탁 행정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었다.

이에 탁 위원은 “마치 내가 성폭행범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기사를 게시했다”며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소송을 맡은 1심은 지난해 7월 여성신문 측이 탁 자문위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에서는 배상액이 500만원으로 줄었다. 기사 자체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되, 기사를 발췌한 트위터는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탁 위원은 이날 판결문의 일부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12년 전에 내가 직접 쓴 것도 아닌 여러 명의 설정된 대화를 옮겨 적은 책을, 특정 구절의 앞뒤를 자른 후에 강간범으로, 여성혐오자로 몰아세운다는 것에 놀랐고, 그 책의 내용이 나의 ‘의식’이라고 단정 짓고, 평가하고 비난하고 몰아세우는 그 집단들의 광기가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사진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페이스북]

[사진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페이스북]

또 “나는 지난 2년을 거치며 내 지난 삶을 회고하게 됐다”며 “돌이켜 보면 나는 오랫동안 남을 비난하며 살아왔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은 거의 전투적으로 그래왔다. 흠결을 찾고 그것을 조롱하고 비난하고 책임을 지우려고 했다. 그 과정이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근력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탁 위원은 “청와대에 있을 때 오랫동안 나를 비난하는 말들을 모아 그 말들의 자, 구를 하나하나 따지며, 법적 판단과 그에 따른 보상을, 아니 갚아 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도 했다. 그는 “그 혐오의 글들은 대개 나의 죽음을 고대하고 나와 내 가족들의 비참함을 기원하며 나와 이 정부의 실패가 소원이라는 것으로 요약됐다”며 “지난 2년 6개월 동안 그들의 소원대로 안될수록 더욱 그 글들은 독해졌다. 그 글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점점 더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런 글과 말들 익명의 비난과 실명의 비겁함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내 한때의 실수와 그에 대한 반성은 더 이상의 말이나 글이 아닌 삶으로 증명하기로 했다”며 “내가 이렇게 처신한다고 해서 세상도, 근거 없이 저를 비난한 언론도 바뀌지는 않을테지만 그것이 자초한 것이든, 어쩔 수 없든 제게 닥쳐왔던 시련의 한 대목을 넘어서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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