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종중간 재산 문제 갈등···80대는 친척에 불 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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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 시제(時祭)를 지내던 중 80대 남성이 종중원들에게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7일 오전 충북 진천 초평면 야산에서 80대 남성이 시제중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충북 진천 초평면 야산에서 80대 남성이 시제중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7일 충북 진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충북 진천군 초평면의 한 야산에서 문중 시제를 지내던 A씨(80)가 절을 하던 종중원에게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당시 야산에서는 청주와 괴산·증평·진천 등지에서 모인 종중원 25명가량이 시제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시제는 음력 10월에 조상의 묘를 직접 찾아가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80대 용의자 범행 후 음독, 생명에 지장 없어 #부상자 10명중 2~3명은 중상자, 4~6촌 사이 #경찰, 용의자 신병 확보·인화물질 성분 분석

이 불로 종중원 B씨(85)가 숨지고 C씨(79) 등 10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어 충북대병원과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60~80대 고령자로 이 가운데 5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 C씨 등은 6촌 이내의 가까운 친척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A씨는 음독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방화로 불이 인근 산으로 번졌지만, 소방당국이 헬기와 차량 33대를 동원해 10여 분만에 진화했다.

한 목격자는 “종중원들이 절을 할 때 A씨가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발생해 돌아가신 분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근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D씨(37)는 “현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가 연기가 발생해 119에 신고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7일 오전 충북 진천 초평면 야산에서 80대 남성이 시제중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충북 진천 초평면 야산에서 80대 남성이 시제중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사건 현장에서 만난 한 종중원은 “A씨가 종중 재산 문제로 다른 종중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며 “종중의 돈 문제로 고소를 당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종중 땅 문제로 다른 종중원들과 자주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 A씨가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인화성 물질 시료를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이날 오후 5시쯤에는 청주의 화상전문병원에서 입원한 부상자를 상대로 조사가 진행됐다. 이 병원에는 8명이 입원 중이며 부상 정도가 가벼운 3명은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다. 병원 측은 정확한 진단에는 2~3일 걸리고 화상이 깊지 않은 환자는 2~3주 치료를 받으면 퇴원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는 연고지로 병원을 옮기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게 병원 측의 판단이다.

7일 오전 충북 진천 초평면 야산에서 80대 남성이 시제중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뉴스1]

7일 오전 충북 진천 초평면 야산에서 80대 남성이 시제중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뉴스1]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입원 중인 병원에 형사들을 보내 방화와 살인 등 혐의로 신병을 확보한 상태”라며 “A씨가 회복하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진천=신진호·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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