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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트럭서 싸게 산 젓새우의 배신…국산 아닌 중국산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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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이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에서 적발한 중국산 냉동 젓새우가 원산지 표시 없는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있다. [사진 전북도]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이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에서 적발한 중국산 냉동 젓새우가 원산지 표시 없는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있다. [사진 전북도]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 남성 4명이 어둠 속에서 분주히 박스를 뜯고 있었다. 10kg짜리 박스 안에는 중국산 냉동 젓새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젓새우는 새우젓 재료로 쓰이는 몸집이 작은 새우를 말한다.

전북도 특사경, 원산지 미표시 업자 입건 #군산 부둣가서 중국산 대량 재포장·유통 #중개상, 1t 트럭에 싣고 농촌 돌며 팔아 #"김장철 앞두고 새우젓 가격 올라 기승"

이들은 위생 시설도 갖추지 않은 부둣가 바닥에 젓새우를 깔아 해동하고 바닷물을 뿌려 세척했다. 그 다음 원산지 표시가 없는 플라스틱 박스에 36㎏씩 담아 재포장했다. 이날 이들이 작업하던 젓새우는 10㎏짜리 200박스, 2t이었다.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이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에서 업자 A씨(43) 등이 중국산 냉동 젓새우를 원산지 표시 없는 플라스틱 박스에 재포장하는 현장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이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에서 업자 A씨(43) 등이 중국산 냉동 젓새우를 원산지 표시 없는 플라스틱 박스에 재포장하는 현장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이들은 재포장한 젓새우를 1t짜리 트럭을 몰고 온 중개상에게 넘기려다 현장에서 잠복하던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적발됐다. 이 장면은 특사경이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은 7일 "수산물품질관리원 전주지원·군산해경·군산시 등과 합동 단속에 나서 중국산 냉동 불량 젓새우를 대량으로 불법 유통한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로 판매업자 A씨(4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같은 방식으로 지난 7월 초순부터 최근까지 중국산 냉동 젓새우 약 10t을 해동·세척 후 재포장해 원산지 표시 없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이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에서 업자 A씨(43) 등이 중국산 냉동 젓새우를 원산지 표시 없는 플라스틱 박스에 재포장하는 현장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이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에서 업자 A씨(43) 등이 중국산 냉동 젓새우를 원산지 표시 없는 플라스틱 박스에 재포장하는 현장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특사경이 급습한 당일 현장에는 업체 간판과 사업자 등록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냉동·냉장 시설도 없었다. A씨는 부산 등에서 가져온 중국산 냉동 젓새우를 재포장해 소매 상인이나 중개상에게 팔아넘겼다.

중개상은 냉동·냉장 시설 없는 1t 트럭에 중국산 젓새우를 싣고 다니며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오전 2시부터 4시까지 새벽 시간대에 전북 지역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며 노인 등에게 시가(국내산 참새우 10㎏당 약 24만원)보다 10배가량 싸게 팔았다고 한다.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이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에서 업자 A씨(43) 등이 중국산 냉동 젓새우를 원산지 표시 없는 플라스틱 박스에 재포장하는 현장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이 지난달 5일 자정 무렵 전북 군산시 해망동 내항 부둣가에서 업자 A씨(43) 등이 중국산 냉동 젓새우를 원산지 표시 없는 플라스틱 박스에 재포장하는 현장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전북도는 수산물품질관리원 전주지원에 A씨의 행정처분을 의뢰한 상태다. 이희성 전북도 사회재난과장은 "현행법상 젓새우는 식품이 아니고 수산물로 분류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산 젓새우를 국산으로 속여 팔아도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는 취지다.

A씨는 허가를 받지 않고 새우젓 제품을 만든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도 받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 6월 초순께 군산시 해망동에서 구입한 젓새우 540㎏을 사용해 바닷가 길바닥에서 소금 등을 첨가해 20㎏짜리 용기에 담는 방식으로 새우젓·액젓 완제품 26개를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 목적으로 보관해 오다 특사경이 적발해 시중에 유통되지는 않았다. 특사경은 조만간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박호동 전북도 민생특별사법경찰팀장은 "새우젓의 원재료인 젓새우 어획량이 시기적으로 대폭 감소한 반면 김장철을 앞두고 수요는 늘어 새우젓 가격이 폭등한 틈을 타 불법 행위가 늘고 있다"며 "유관 기관과 합동 단속반을 꾸려 긴급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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