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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새로 생기는 커피숍 38개 '치킨집 2배'···11%가 적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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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성수동에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이 문을 열자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서울 성수동에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이 문을 열자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에 창업한 커피전문점은 1만4000곳이다. 하루에 38개꼴로 문을 열고 있다. 은퇴 후 창업아이템 1위인 치킨집(6200개)의 2배 이상의 속도다.

KB경영연구소의 자영업 보고서 #커피숍 창업붐 치킨집 2배 이상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 353잔 #밥먹고 커피한잔 ‘세트메뉴’ 돼 #과열 경쟁으로 단기 폐업도 증가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6일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치킨집ㆍ노래방 분석 보고서에 이은 자영업 분석 보고서 3탄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3000개가 넘지 않았던 커피전문점 창업은 지난해 1만4000개로 급격히 늘었다. 폐업도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며 9000개로 증가했지만, 창업 증가율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 커피숍이 빠르게 늘면서 8만개 상당의 치킨집 규모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7월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커피숍만 7만1000곳에 이른다.

245개 시군구 가운데 커피숍이 가장 많은 곳은 ‘골목 카페’가 몰린 서울 강남구(1739개)다. 경남 창원(1420개), 경기 수원(1321개), 경기 성남(1278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인구 1000명당 커피숍은 서울 중구(8.8개), 대구 중구(7.68개), 부산 중구(6.30개) 순으로 많았다.

커피전문점 창업률과 폐업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커피전문점 창업률과 폐업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밥 먹고 커피 한잔?” ‘밥+커피’ 세트  

커피숍 창업이 증가하는 데는 커피를 찾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이다. 성인 대부분이 매일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얘기다. 세계 평균 소비량(132잔)의 2.7배 수준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커피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오전 9시부터~12시, 낮 12시~오후 2시에 커피숍을 찾고 있다. 식사한 뒤 커피를 마시는 게 ‘세트 메뉴’ 인 것처럼 일상화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가계 지갑에서 차지하는 커피 지출액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지출액은 1만5815원으로 5년 전(7597원)보다 108.2% 증가했다.

커피 전문점 수 추이

커피 전문점 수 추이

전체 매장의 11%는 적자

모든 커피숍이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다. 커피전문점의 총 매출은 2017년 기준 7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1% 증가했다. 하지만 매장 수 급증에 따른 과열 경쟁으로 영업비용은 늘고 있다. 업체당 영업이익은 1180만원으로 같은 기간 1.9% 감소했다. 전체 매장의 11%인 약 7800곳은 적자를 냈다.

특히 같은 상권 내에서도 매출액 상위 매장과 하위 매장의 매출액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메가박스 방향), 성수동, 제주 용두암 해변도로 카페거리, 강릉 안목해변 등 주요 상권의 커피전문점을 분석해보니 매출액 기준 상위 20% 매장과 하위 20% 매장의 월 매출액 격차가 컸다. 예컨대 특색있는 카페와 블루보틀 개점으로 주목받는 성수동은 상위 20% 매장의 매출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85.7% 늘어난 반면 하위 매장은 같은 기간 47% 쪼그라들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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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 따라 단골 줄 선다  

커피전문점 방문시 고려사항

커피전문점 방문시 고려사항

소비자의 커피 취향도 확고해지고 있다. 이들이 커피숍 방문할 때 가장 중요하게 꼽는 건 ‘커피의 맛’과 ‘접근성’이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7년 성인 남녀 1000명(전국 19만세~59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고 답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김태환 연구위원은 “커피전문점은 브랜드나 메뉴의 다양성보다 커피의 맛이나 접근성, 가격 등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면서 "최근 매장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커피숍 창업할 때는 상권과 입지는 물론 꼼꼼한 수요 분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커피 붐을 쫓아 창업했다가 단기간에 폐업하는 매장도 크게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전체 폐업 매장의 절반 이상은 영업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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