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헌고 교사, 아이들 ‘광우병 쇠고기’ 연극에 “꿈만 같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에게 정치 편향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의 조사를 받은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사가 과거에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에 관한 토론‧연극 수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헌고 국어 교사 A씨는 2005~2012년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전국국어교사모임’ 사이트에 수업 후기 등 다양한 글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A교사는 북핵 문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촛불 시위 등 정치적인 사안에 관한 수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아이들, 촛불과 피켓 흔들며 노래 불러”

A교사는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관한 글에서 “아이들에게 촛불 집회에 참석하러 간다고 하니 ‘우리도 따라가면 안 돼요?’ 한다”며 “아이들을 선동해서 데려갔다는 말을 들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고 했다.

다음날은 아이들의 연극 무대 수업이었다고 한다. A교사는 마지막 연극이 ‘광우병 쇠고기’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정부가 어용 박사들을 돈으로 매수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퍼트리고, 어느 날 광우병에 걸려 죽은 노인이 발견되면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거짓말을 한 정권을 비난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커다란 스크린에 광화문의 촛불 시위 장면을 띄워 놓고 촛불과 피켓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며 “어젯밤 광화문에서의 감동의 물결이 오늘 아침 교실로 이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꿈만 같다”고 적었다.

통일 연극 본 아이의 소감문 “교과서는 다 거짓”

2005년에는 수행평가 가산점을 준다며 학생들과 단체 연극 관람을 간 일을 적었다. A교사는 연극 내용에 관해 “6‧25전쟁 미국 유도설을 설파하는데 당혹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학생의 소감문이 자신을 감동하게 했다며 “교사가 얼마나 진실을 알리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학생의 소감문에는 “미국이 전쟁을 유도했다는 말씀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학교 교과서, 자습서, 심지어 학원의 학습지까지도 모두 다 거짓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A교사는 80년대 중반 아이들과 독서모임을 하다 책의 내용을 문제 삼는 학부모들의 집단 움직임 때문에 고역을 치른 일도 있었다고 했다.

한국교총 “분명한 위법…교육청 늑장대응”

사상교육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인헌고 특별장학을 진행했다. 서면조사에서 재학생 20여명은 일부 교사로부터 정치 편향 교육을 받거나 이에 동의하지 않자 ‘너 일베냐’와 같은 비난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최종 장학결과 발표를 수능 시험 이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답변요건을 충족한 ‘인헌고 교사‧교장 징계요구 청원’ 답변도 마찬가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인헌고 사태를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가 과도하고 지나친 발언을 한 차원을 넘어 이는 분명한 위법 행위”라며 “이를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라는 교육청 태도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도 해야 하지만 안정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도 있다”며 “3일 만에 기본 조사를 시작해 늑장대응이라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헌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일관되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문을 보내왔다”며 “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헌고는 2011년 진보교육의 상징인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다. A교사는 2012년 “올해 출발한 혁신학교인 인헌고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수업을 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오시라”고 동료 교사들에게 홍보했다.

이가영·박형수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