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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무단횡단하다 숨진 4남매 아빠 경찰, 순직 신청한 아내 항소 포기

중앙일보

입력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팀원들과 회식 후 무단 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사망한 경찰관에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족은 당초 "회식 당일 업무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술을 마셔 판단에 장애가 생겼다"는 취지로 순직을 신청했으나, 법원 판결을 존중해 항소 포기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숨진 경찰관이 자녀 넷을 둔 '다둥이 아빠'로 밝혀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아내도 현직 경찰관으로 남편이 사고로 숨진 해에 막내가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유족이 낸 1심 소송서 "순직 아니다" #유족 "공무상 회식…피로 누적돼 판단 장애" #재판부 "자발적음주·무단횡단, 공무와 무관" #3남1녀 둔 '다둥이 아빠'…아내도 현직 경찰 #아내 "패소 판결 예상…항소 포기" 뜻 전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함상훈)는 4일 "교통사고로 숨진 경찰관 A씨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유족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사망 당시 43세)는 지난 2017년 11월 14일 오후 11시 30분쯤 팀원들과 회식을 하고 근처에 주차된 본인 차로 이동하기 위해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왕복 10차로 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중 시속 122㎞로 달리던 과속 차량에 치여 숨졌다.

A씨 유족은 "당시 회식은 공무상 회식이었고, 회식 당일 12시간 가까이 강도 높은 업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회식에서 음주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판단 능력에 장애가 생긴 것"이라며 공단에 순직유족보상금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공단 측은 "공무상 회식이 아닌 팀원들의 사적인 모임으로 보이고, 공무와 무관하게 무단 횡단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팀장의 강요가 없었음에도 자발적으로 술을 마셨고, 만취 상태가 아니었는데 왕복 10차로 도로를 빠른 속도로 뛰어 무단 횡단하다 사고를 당했다"며 A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당일 주간근무를 하면서 다소 과로했다고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술을 마셔 취한 상태에서 무단 횡단해 사고가 난 이상 공무와 무관한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발생한 재해"라며 공무와 A씨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 로고. [뉴스1]

경찰 로고. [뉴스1]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사고 당시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전주 완산경찰서 교통조사계 소속이었다. 교통사고 조사요원인 A씨가 일터에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당시 사고 조사도 A씨와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 했다. 동료들은 "A씨는 성실하고 업무적으로도 뛰어났다. 다른 직원들과도 관계가 좋았다.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A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제일 큰 슬픔에 잠긴 사람은 그의 경찰 동료이자 아내였다. A씨 아내는 당시 육아 휴직 상태였다.

사고 당시 결혼한 지 14년 된 A씨 부부는 3남1녀를 뒀다. 2000년대 초반 순경 공채로 경찰이 된 두 사람은 결혼 이후 줄곧 근무지를 함께 옮겨 다니며 아이 넷을 낳았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A씨 아내는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으면서도 충격 때문에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한다. A씨 아내의 친언니는 당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숨진 A씨에 대해 "아이가 네 명이나 있는데 얼마나 책임감이 컸겠나. 누구보다 착실하고 따뜻한 가장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자녀가 넷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딱하다. 근무 중에 사고를 당했으면 공상 처리라도 될 텐데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재 일선 현장에 복귀한 A씨 아내는 "재판 결과를 예상했고, 항소는 안 할 예정"이라고 주위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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