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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무단횡단하다 숨진 경찰관…법원 "순직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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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사진 다음로드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사진 다음로드뷰]

경찰관이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면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사망한 경찰공무원 A씨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순직 유족 보상금 부지급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11월 주간근무가 끝난 후 교통조사계 팀원들과 회식을 하며 술을 마셨다. 2차 회식 장소에서 먼저 집에 가겠다며 나온 A씨는 본인 차량을 세워둔 곳으로 이동하던 중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과속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유족은 A씨가 '공무상 부상'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유족 보상금을 지급해달라고 공단에 청구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당시 회식이 팀원들의 사적인 모임이고, A씨가 공무와 무관하게 음주 후 무단횡단으로 사망했으므로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아내는 행정 소송을 내고 "당시 회식은 공무상 회식이었고, A씨가 이날 강도 높은 업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바람에 정상적인 판단 능력에 장애가 생겨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도 A씨의 사망이 '공무상 부상'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대로 공무상 회식에 해당한다고 해도, A씨에게 술을 강요한 사람은 없었고, 만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왕복 10차로 도로를 빠른 속도로 뛰어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이번 사고는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사망한 당일 주간근무를 하면서 다소 과로했다고 해도, 회식자리에서 자발적으로 술을 마셔 취하게 됐다"며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해 사고에 일어난 이상 공무와 무관한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발생한 재해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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