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의 한 판촉물 회사에 다니는 이모(43·여)씨는 점심시간에 길을 걷다 매캐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거나 손을 휘저은 경험이 자주 있다고 한다. 이씨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 것은 공회전 중인 경찰 기동대 버스에서 뿜어져 나오던 매연이었다. 이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가뜩이나 공기 질이 좋지 않은데 매연 냄새까지 더해지니 정말 숨쉬기 곤란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2028년 경유 경찰버스 모두 교체
앞으로 도심에서 이런 불편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이 오는 2028년까지 경유 경찰버스 차량을 수소·전기버스로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일명 ‘닭장차’로 불리던 경찰버스는 집회·시위나 경호작전 특성상 장시간 경력을 태운 채 정차한다. 이 과정에서 버스 내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려 시동을 켠 채 공회전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매연 같은 대기 오염물질이 배출,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경찰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오는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고속형 경찰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상용화가 이뤄지면 2028년까지 802대의 경찰버스를 교체할 예정이다. 우선 31일 시범적으로 2대를 먼저 도입했다. 미 대사관이 있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에 배치된다. 또 일반 순찰차도 단계적으로 수소·전기 차량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전면 교체 전까지는 정차 시 전기충전을 통해 공회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성인 70여명 1년 마실 깨끗한 공기 정화"
수소·전기 자동차는 달리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버스 한 대가 1㎞의 거리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약 4.9㎏의 공기를 정화한다고 한다. 다만 대당 가격이 7억 원 선으로 일반 버스(5억원)보다 비싸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민갑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전기 버스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정부 기관 중 수소·전기 버스를 도입한 곳은 경찰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경찰 수소·전기버스가 시내버스 한 해 평균 주행거리인 8만6000㎞를 달릴 경우 성인 약 76명이 1년 동안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양을 정화하는 것”이라며 “경찰뿐만 아니라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도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