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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13㎝센터가 3점슛 쏙쏙 ‘빅맨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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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3점슛이 특기인 한국 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KT 멀린스. [뉴스1]

3점슛이 특기인 한국 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KT 멀린스. [뉴스1]

부산 KT 센터 바이런 멀린스(30·2m13㎝)는 프로농구 최장신이다. 큰 키에 비해 몸싸움이 약하다는 평가였다. 게다가 한국이 처음이라 적응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됐다. 뚜껑을 여니 멀린스의 공격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경기당 평균 16.9득점으로, 가드 허훈(18.2득점)과 나란히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KT 멀린스 득점 절반이 3점포 #김종규, DB 이적 뒤 외곽포 장착 #김주성 “센터 3점슛 세계 트렌드” #2m 강상재 3점슛 성공률 2위

멀린스가 빠르게 자리를 잡은 비결은 3점슛이다. 평소 골 밑을 지키다가도, 승부처가 되면 3점 라인으로 빠져 기습적인 슛을 던진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다. 17일 전주 KCC전(85-79승)에서 멀린스는 18득점이었는데, 절반인 9득점이 3점슛(3개)이었다. 개막 후 9경기에서 3점슛을 12개 성공시켜, 성공률도 34.3%나 된다. 농구에서 3점슛 성공률이 38% 이상일 경우 전문 슈터로 분류된다. 그의 이런 3점슛 능력은 ‘양궁 농구(중장거리포 위주 공격)’를 구사하는 서동철(51) KT 감독 전술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올 시즌 프로농구 특징 중 하나가 멀린스 같은 ‘스트레치형 빅맨’의 등장이다. 이들은 골 밑만 지키는 전통적 빅맨의 역할에서 벗어나, 외곽까지 넘나드는 진화형 빅맨이다. 은퇴를 앞두고 3점 슈터로 ‘깜짝’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한국 농구 빅맨의 간판이었던 김주성(40·원주 DB 코치)은 “센터가 3점슛 쏘는 건 세계적 트렌드다. 한국 농구도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큰 선수가 외곽으로 빠지면 상대적으로 수비가 느슨해진다. 이때 3점슛 능력을 갖췄다면 상대 허를 찌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슈터로 변신한 DB 센터 김종규. 최근 프로농구 특징은 김종규처럼 3점슛을 던지는 빅맨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올 시즌 슈터로 변신한 DB 센터 김종규. 최근 프로농구 특징은 김종규처럼 3점슛을 던지는 빅맨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DB 센터 김종규(28·2m7㎝)도 이번 시즌 3점슛을 장착한 대표적인 ‘토종’ 빅맨이다. 지난 시즌까지 창원 LG에서 뛰다 한국 프로농구 역대 최고 연봉(12억7900만원)에 DB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줄곧 골밑 공격을 주로 하는 선수였다. 그가 6시즌 동안 성공시킨 3점슛은 5개뿐이었다. 그만큼 외곽포와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그가 “센터도 적극적으로 3점슛을 쏴야 경쟁력이 있다”는 이상범(50) DB 감독 얘기에 슈터로 변신했다.

김종규의 슛 훈련은 같은 포지션이었던 김주성 코치가 전담한다. 특훈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9일 안양 KGC인삼공사전 4쿼터 71-70에서, 김종규는 상대 허를 찌르는 3점슛을 성공시켜 상대의 전의를 꺾었다. 점수 차를 벌린 DB는 리드를 지킨 끝에 86-81로 이겼다. 올 시즌 그는 벌써 6개의 3점슛을 기록했다. 8경기 만에 앞선 6시즌을 모두 합한 3점슛 기록을 넘어섰다. 성공률도 30%로 준수하다.

인천 전자랜드의 장신 포워드 강상재(25·2m)는 전문 슈터 뺨칠 만큼 고감도 슛 감각을 자랑한다. 3점슛 성공률이 48%나 된다. 허훈(51%)에 이어 이 부문 전체 2위다. 3점 라인에서 두 번 던지면 한 번은 림을 통과하는 셈이다. 강상재는 27일 DB전 4쿼터 62-66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3점포 두 방을 연달아 꽂아넣었다. 79-71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승현 해설위원은 “과거 3점슛을 쏘는 빅맨은 서장훈과 2000년대 초반 활약했던 바비 레이저 정도였는데, 올 시즌엔 중장거리포를 갖춘 2m 이상 선수가 많다”며 “빅맨이 3점을 쏠 경우 수비하기 매우 까다로워 말 그대로 ‘언터쳐블’이다. 슛 정확도를 갖춘 센터는 외곽에서 훌륭한 득점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외곽과 골밑 플레이를 다 잘하는 NBA 미네소타 센터 타운스. [AP=연합뉴스]

외곽과 골밑 플레이를 다 잘하는 NBA 미네소타 센터 타운스. [AP=연합뉴스]

2019~20시즌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칼 앤서니 타운스(24·2m11㎝)가 골 밑과 외곽 플레이를 다 잘하는 빅맨으로 유명하다. 센터(NBA 평균 2m11㎝)치곤 큰 키가 아니지만, 3점슛을 앞세워 19세였던 2015~16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5시즌 만에 ‘괴물 센터’가 수두룩한 NBA에서 특급 센터로 입지를 굳혔다. 타운스는 17~18시즌 42.1%(경기당 1.5개), 지난 시즌 40%(1.8개)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성공률은 ‘3점슛 도사’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판 커리(43.7%, 5.1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뉴욕 데일리는 19~20시즌 NBA를 분석하며 “빅맨의 3점슛 능력이 갈수록 좋아진다”며 “최근 NBA에서 빅맨의 3점슛 능력은 필수가 됐다”고 전했다. 김승현 위원은 “지금 주목받는 선수 외에도 중장거리포를 연습 중인 선수들이 많다”며 “한국 농구에서도 장신 선수가 3점슛을 쏘는 건 자연스러운 장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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