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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전 비선실세가 아닙니다"…박근혜·정유라 증인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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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코 ‘비선 실세’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63·개명 최서원)씨가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씨. [뉴스1]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씨. [뉴스1]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11시 최씨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판단 중 일부 강요 등 혐의는 무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최씨 “대통령 이용해 사익 취한 적 없다”

최씨는 지난해 6월 15일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입을 열고 재판부에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최씨는 “파기환송심은 제게 남은 마지막 기회”라며 “2016년 독일에서 들어와 구속된 지 만 3년이 됐다. 그 동안 검찰조사와 주 4회 재판을 받으면서 고통과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나는 유치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생활을 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인사를 도왔을 뿐 대통령을 이용해 개인적 사익을 취하지 않았고, 어떤 기업도 모른다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삼성으로부터 딸 정유라씨가 쓸 말들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말의 소유권과 처분권이 삼성에 있는데, 뇌물로 받았다는 것은 억울하다”며 “마구잡이식 압수수색은 사회주의를 넘어 독재주의로 가는 단면”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재 변호사 “단순한 파기환송심 재판 아닌 ‘제4심’”

최씨 측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강요 등 혐의뿐 아니라 유죄로 인정된 뇌물수수와 직관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주장하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최씨를 1심부터 변호해 온 이경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앞으로 100년 안에 있을까 말까 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며 “발단부터 시작해 이번 파기환송심까지 현대사에 기록될 정치 변동이 있었고,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단순히 파기환송심이 아니라 ‘제4심’의 판결로서 그 결과가 우리나라 역사 및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형에 대해서도 “피고인과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중형은 우리 시대가 재판이라는 형식으로 대단히 잔인한 일을 한 것”이라며 재판부에 “근본적인 성찰을 해달라”고 말했다. 최씨는 앞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최씨 측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인정할 수 없어”

이 변호사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공범 여부가 인정돼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묵시적 공모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만약 지금 환송 전 대법원 판결과 같이 방만하게 묵시적 공모를 인정한다면 아마 정치적으로 애매한 사건일 때 대한민국에서 살아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법원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며 “이는 공모관계를 부인한 박 전 대통령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받을 기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씨의 변호를 맡은 또 다른 변호인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사진은 지난 2017년 7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는 정씨의 모습. [뉴스1]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사진은 지난 2017년 7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는 정씨의 모습. [뉴스1]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겠다는 최씨 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들의 상고이유가 (대법원에서) 모두 배척돼서 확정력이 발생했다”며 “더는 피고인이 다툴 수 없다는 것이고 양형 부분 이외의 증인은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인 12월 18일 전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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