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웡, 홍콩 구의원 선거 출마 자격 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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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연합뉴스]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연합뉴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조슈아 웡(黃之鋒·22)이 오는 11월 24일 실시되는 구의원 선거 입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웡에게 구의원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통지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선관위 측은 웡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며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홍콩 정부에 충성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의원 선거 후보 1000여명 가운데 정치적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후보는 웡이 유일하다.

홍콩의 구의원 선거는 18개 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선출한다. 웡은 이번 선거에서 '사우스 호라이즌 웨스트' 선거구에 출마할 계획이었다.

홍콩에서 입법회 선거나 구의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홍콩 선관위는 웡이 비서장을 맡고 있는 데모시스토당의 강령 '민주자결'을 문제 삼았다. 이에 웡은 선관위에 서신을 보내 "나와 데모시스토당은 '민주자결' 강령을 통해 홍콩 독립을 정치적 대안으로 주장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며 "홍콩 독립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는 결국 웡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그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웡이 주장한 '홍콩 독립'이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 규정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국양제에 따라 중국은 1997년부터 50년 간 홍콩의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다. '홍콩 독립'은 중국의 주권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이 선관위의 해석이다.

출마 자격 박탈 통보를 받은 웡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선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치검열과 조작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웡은 지난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혁명'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당시 17세로 최대 50만명이 참여한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며 전 세계에 홍콩 시위에 지지를 호소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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