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만 바뀌었을 뿐 내용상 진전은 없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법·공수처법 얘기다.
한국당 뺀 4당 표결 추진 가능성 #공수처법은 이달 처리 어려워져 #미래·평화·정의당 우선 처리 반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등 여야 3당은 23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실무 협의차 각 당 김종민·김재원·유의동 의원도 참석하는 3+3 형식이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린 선거법은 의원정수 300석 중 지역구는 225석(현재 253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75석(47석)으로 늘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핵심 골자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 자체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의원정수 270석 축소안을 주장해 왔다. 여야 4당 합의안은 패스트트랙 원칙에 따라 11월 말 국회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협상이 굉장히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한국당이 오늘도 똑같은 주장만 반복한다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다른 선택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인영이 말한 선택이란=이 원내대표가 말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개혁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일 가능성이 크다. 협상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여야 4당의 선거법을 11월 말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불가피한 선택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합의할 방법을 찾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패스트트랙을 공조했던 정당들과도 만나보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만 말했다.
그간 이 원내대표는 게임의 룰인 선거법은 합의 처리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임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이 추진했던 선거법 패스트트랙과 다소 거리를 두는 듯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숙고의 시간은 끝나고 실행의 시간이 임박하고 있다”며 한국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여론을 통해 한국당을 압박하는 것 말고는 딱히 뾰족한 수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수처법 우선 처리는=현재로선 어렵다. 우선 본회의 상정 가능 시점을 놓고 민주당은 10월 29일을 주장한다.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해선 한국당 뺀 여야 4당의 공조가 필수적인데, 여기에는 선거법도 얽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상정을 앞당긴다고 해서 통과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기 힘들다. 지난 4월 여야 4당 합의문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먼저 표결처리한 후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은 23일 국회에서 민주당의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반대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양 진영으로 나뉘어서 국론이 분열된 마당에 슬쩍 공수처법부터 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은 하든지 말든지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우선 처리를 내세운 건 일종의 협상 전략으로 보인다. ‘조국 정국’에서 지지층을 중심으로 나온 ‘검찰개혁’ 요구를 담아내면서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경희·윤성민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