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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DMZ 출입 93% 허가했다”…통일장관 발언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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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유엔군사령부의 비무장지대(D MZ) 출입허가권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공식 문제 제기한 상황에서, 유엔사가 23일 출입 허가와 관련한 “최근 언론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겉으론 관련 보도에 반론 형식 #김 장관 국감때 “허가 보완 필요”

유엔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DMZ 내 안전하지 않은 지역에 대한 출입신청과, 필요한 모든 정보나 서류가 갖춰지지 않았을 때만 (DMZ 출입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또 “2018년 이후 2220여건의 비무장지대 출입 신청을 받아 93% 이상을 승인했다”며 “2019년 비무장지대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작업 및 타미플루 대북 수송과 관련한 두 건의 출입 신청도 24시간도 안 돼 신속히 승인했다”고 했다. 이어 “2018년 8~12월 남북공동철도 조사를 위한 유엔 제재 면제 등 구비서류를 갖추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했고,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표현도 담았다.

유엔사의 이날 보도자료는 형식상 유엔사가 비군사적 성격의 DMZ 출입 승인을 까다롭게 내리고 있다는 보도의 반론 성격이다. 하지만 비군사적 성격의 DMZ 출입 허가권 문제는 지난 21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거론했다는 점에서 실제 타깃은 한국 정부라는 해석이다. 당시 김 장관은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비군사적 성격의 비무장지대 출입 관련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환경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GP) 방문 등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유엔사를 상대로 DMZ 출입 허가권에 대한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한 소식통은 “국방부는 협의를 요청하며 유엔사가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따져 DMZ 출입을 허가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DMZ 출입 허가권을 놓고 한·미의 속내가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지난 2월 미국 의회에서 남북한 긴장 완화에 따라 유엔사의 역할 역시 더 커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해 한반도에서 벌어진 사건들(남북한 교류)을 보면 유엔사가 국제사회의 공약에 대한 기반(home)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며 “동시에 유엔사는 활동·보도·개입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유엔사 역할도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그가 한국 측 요구를 쉽게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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