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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관련 장기 여성강좌 붐|"더 이상 현실 문제에 방관자일 순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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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화여대 경영관 305호실. 20대 후반에서 50대에 이르는 나이든 학생들이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백영옥 박사(정치학)의「현대사회와 정치」과목시간.
『국민학교 5학년 교과서를 보면 마루 밑에서 강아지가 녹슨 열쇠를 찾아내 잠긴 문을 여는 에피소드가 통일문제와 연결돼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은「우연히」찾아낸 열쇠의 녹을 벗겨 냄으로써 해결되는 단순한 일은 아니지요. 동일체 감정보다는 미움·적대감을 유지,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정치사회학 과정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백 박사는 가정·학교교육에서 정치사회화 과정이 잘못 이뤄지고 있는 점을 열거한 후 다음 시간에는 수강생들의 요청대로「주체사상」강좌를 갖기로 하고1백20분의 강의를 끝냈다.
최근 들어 이처럼 여성들을 시사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정치에 눈뜨게 하는 장기강좌들이 진행중이거나 개설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은 봄 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현대사회와 정치」과목을 개설, 진행 중이며 덕성여대 평생교육원도「현대사회의 이해」를 주·야간에 모두 개설하고 있다.
또 여성신문교육 문화원은 10월부터 3개월 과정으로「여성시사 강좌」를 열기로 확정했으며, 한국여성정치 문화연구소도 10월부터 6개월에 걸쳐「여성정치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된 특징은 장기 강좌라는 것. 예컨대「현대사회와 정치」의 경우 ▲한국민주화의 현실 ▲한국인의 정치의식 ▲여성의 정치사회화 ▲한국민주화의 언론의 역할▲각국의 정치참여형태 ▲한국의 국회분석-정당의 역할 등 16강좌로 짜여 있다.
여성 시사강좌는 1회 90분씩 12강좌에 걸쳐 ▲80년대 한국경제의 흐름 ▲국제정세와 한국정치 ▲한국사회구조의 이해 ▲현대예술운동과 여성 등 정치·경제·사회·문화현실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여성정치 교실도 10월말·12월초·3월 등 3차례에 걸쳐 각각 2박3일 과정의 지방의회진출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내용은 ▲지방 의회 업무분석 ▲각 지역사회의 분석 ▲선거전략 수립 등을 익히는 것이어서 지금까지 여성단체들이 해오던 1회성 프로그램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현 정치·사회의 흐름을 알게 하는 강좌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는 것은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성이 더 이상 방관자적 자세로 시대에 뒤떨어질 수 없다는 인식 때문. 여기에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여성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을 하고있 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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