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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은 5% 줄고, 고소득층 22% 늘어…의료 이용도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병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는 환자 모습. [사진 pixabay]

병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는 환자 모습. [사진 pixabay]

저소득층은 병원에 덜 가고, 고소득층은 병원에 더 가고…. 최근 5년간 의료 서비스 이용에 있어 소득별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격차가 의료기관을 찾는 발걸음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의료 양극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새 계층 간 의료 이용 격차 벌어져 #의료기관 이용 ‘0건’, 저소득층이 고소득 2배 #‘진료비 부담’ 대형병원, 고소득 환자 급증 #“접근성 향상 등 정부가 불평등 해소 나서야”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18일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전체 인원(중복 포함)은 8548만4762명이었다. 2014년(8109만6011명)과 비교해 5.4% 늘었다. 건강보험 진료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4년 45조1530억원에서 지난해 65조8546억원으로 5년 새 45.8% 급증했다.

이들 환자를 소득(재산)에 따라 매기는 건강보험료로 나눠보니 계층별 차이가 뚜렷했다. 보험료 하위 20%(1분위) 진료 인원은 2014년 1107만8367명에서 지난해 1054만6117명으로 뒷걸음질했다. 5년 새 4.8% 감소한 수치다. 반면 건보료 상위 20%(5분위) 진료 인원은 같은 기간 2391만6451명에서 2909만1979명으로 21.6% 뛰었다. 2014년에도 두 집단 간 진료 인원 차이가 1200만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1800만여 명으로 벌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소득 계층 간 의료 이용 격차가 벌어진다는 의미다.

건보료에 따라 계층을 나눠보니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의료 이용 격차가 컸다. [뉴스1]

건보료에 따라 계층을 나눠보니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의료 이용 격차가 컸다. [뉴스1]

한 해 동안 병·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을 한 번도 찾지 않는 ‘의료 미이용률’도 소득에 따라 달라졌다. 지난해 의료 이용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237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건보 적용 인구 3846만9000명 중 6.2%에 해당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7.1%에서 2016년 6.8%, 지난해 6.2%로 꾸준히 내려가는 추세다.

하지만 저소득층(건보료 하위 20%)의 의료 미이용률은 훨씬 높은 편이다. 지난해에만 전체의 8%에 달하는 45만1000명이 의료기관을 전혀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고소득층(상위 20%) 중에선 4.6%(48만9000명)만 작년 한 해 의료 이용이 없었다. 저소득층 의료 미이용률의 절반 가까운 수준이다.

서울 한 병원 복도에 환자들이 누운 채로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병원 복도에 환자들이 누운 채로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진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상급종합병원, 그리고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 진료가 고소득층에 집중됐다.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저소득층 환자 수는 5년 새 1.1% 증가에 그쳤다. 반대로 고소득 환자는 20.4% 늘었다. 빅5 병원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보험료 하위 20% 진료 인원은 2014년 22만772명에서 지난해 24만9540명으로 13% 증가했다. 보험료 상위 20% 진료 인원은 같은 기간 88만263명에서 111만427명으로 26.1% 늘었다. 고소득 환자 증가율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병원 종별로는 병원·의원급에선 5년 동안 저소득층 진료 인원이 감소했고, 종합병원급 이상에선 소폭 올랐다. 고소득층 환자 수는 종별 상관없이 모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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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의원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 심화로 인해 교육ㆍ노동은 물론이고 의료 분야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정부는 의료 분야에서 심화하고 있는 양극화ㆍ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비롯한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이용 접근성 향상, 건보 보장성 강화 등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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