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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의 직격인터뷰

“청와대에 NO 할 수 있는 이질적인 참모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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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국감 중 총선 불출마 선언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

이철희 의원은 17일 ’선거서 야당이 잘해 야당이 이기는 경우가 없다“며 ’독립변수는 여당이 잘하냐 못 하느냐 “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이철희 의원은 17일 ’선거서 야당이 잘해 야당이 이기는 경우가 없다“며 ’독립변수는 여당이 잘하냐 못 하느냐 “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의원 한 번 더 한다고 정치를 바꿀 자신이 없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배지를 한번 달아본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기란 쉽지 않다. ‘썰전’ 등 TV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은 데다 서울·수도권에 출마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이번 선택은 의외다. 그를 17일 만났다. 인터뷰는 중앙일보 7층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20대 국회, 정치의 기본 타협 없어 #총선 위해 40대 총리 발탁 필요 #청와대에 판단·조정할 참모 부족 #“당에 책임지는 사람 없다”에 공감

총선도 꽤 남았고, 국감 기간인데 왜 지금 불출마 선언을 했나.
“원래 국회 예산안이 처리되고 나면 할 생각이었는데 조국 국면에서 여야가 너무 극단적으로 싸웠고 저주까지 퍼붓는 상황에서 회의가 심하게 들었다. 국정감사에서 감사 내용은 오간 데 없고 오로지 전 상임위가 다 조국이었다. 특히 과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장이 기각됐을 때 우리 당에서 사법부를 공격했는데 조국 전 법무장관 동생의 영장이 기각되니까 한국당이 다시 그랬다. 입장에 따라 주장을 다르게 하는 게 창피했다. 또 감사하는 의원들끼리 싸우는데 피감기관 분들의 표정을 보면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현장에 앉아있는 게 부끄럽고 창피했다. 조 전 장관도 사퇴했고 자성의 계기를 살려야겠다 싶었다.”
‘의원 한 번 더 한다고 정치를 바꿀 자신이 없다’고 했다. 보좌관 생활 등 국회 경험이 많지 않나. 이럴 줄 몰랐나.
“‘몰랐냐’라고 물으면 이럴 줄 몰랐다. 과거보다 20대 국회가 최악이다. 탄핵을 거친 국회라 여야 간의 대치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실시된 이후 더 서로 비토만 한다. 대치가 이어지니 정치의 질이 더 안 좋아졌다. 그 안에서 뭘 해볼 수 있는 게 없다. 지금의 정치 구조, 제도로는 풀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해도 얼마나 더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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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보다 안에 들어가니 많이 다른가.
“내가 싸움의 당사자가 되니까. 소리를 질러도 내가 지른다. 내 문제가 되니까 더 부담스럽고 창피했다.”
20대 국회는 어떻게 평가하나.
“너무 타협이 없었다. 탄핵을 거친 국회라 더 그렇다. 정치라는 게 주장만 갖고 버티는 게 아니다. 타협의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실제 타협하면 배신, 변절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타협은 용기가 필요하다. 케네디가 ‘두려워서 타협하진 않겠지만, 타협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건 정치의 기본이다.”
여야 지도부가 새겨야 하는 거 아닌가.
“감히 정치 오래 하신 분들한테 ‘새기세요’라고 할 건 아니고…. 리더들은 좀 더 과감하고, 당당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난달 소장파 의원인 김해영 최고위원이 “절대 선이 존재하느냐”며 여야의 진영 논리를 비판했다. 타협이 안 되는 게 그런 이유 아닌가.
“김 의원의 주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용기 있다고 생각한다. 길들여지면 편한 게 사실이다. 나는 좋은 편, 저쪽은 나쁜 편, 이분법을 세우고 진영논리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스스로 거기에 자꾸 길들여지면 안 된다. 우리도 틀릴 수 있는 거다. 그들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전제에서 자꾸 회의하고 반추해야 하는데, 그걸 김해영이라는 젊은 정치인이 제기했다. 좋은 지적이다. 사실 밖으로 표출은 못 해도 내부에선 치열한 논쟁을 많이 했다.”
조국 청문회에서 법사위원으로 ‘조국 수호’에 앞장서지 않았나. 그랬던 이유는.
“허물이 있다면 가감 없이 탓을 해야 한다. 하지만 죽이려고 달려들면 안 된다. 조 전 장관에 대해 과민한 반응들이 많았다. 조국이란 계기를 통해 불공정, 불평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그걸 조 전 장관 혼자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의 몫이기도 하고 여당의 몫이기도 하다. 왜 혼자 감당할 문제로 내버려 두느냐에 대한 불만이 강했다. 많은 분이 일방적으로 감싸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할 얘기를 조심스럽게 한 거다.”
조국이 던진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여당이 등한시한 거 아닌가.
“그건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조국 문제를 제기할 때 이에 맞게 응답해야 한다. 워낙 대치가 가파르다 보니까 그쪽으로 가기 어려웠다. 야당의 공격이 좀 지나쳐 매몰되고 갇힌 거다.”
청와대 판단이 빨라 일찍 포기했다면.
“청와대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좀 더 빨리 신속하게 대응했어야 하는 건 아는데…. 주변에 있는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민감하고 기동성 있게 대응을 해야 했는데, 좀 못하지 않았나.”
민심 전달이 대통령에게 잘 안 된 건가.
“그건 잘 모른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청와대는 기획하고 판단하는 곳이다. 실행의 전반을 책임질 수는 없는 거다. 기획하고 어떤 상황에선 판단하고 조정하는 이 세 가지 기능을 한다. 근데 이 세 가지 다 부족함이 있었다.”
청와대가 바뀌었으면 하는 건.
“생각이 다른 사람, 출신이 다른 사람, 선거에 기여했든 안 했든 측근이 아닌 사람. 지금 청와대에 이질적인 요소가 있나. 그런 사람이 있어야 건강하게 견제가 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노(NO)라고 할 수 있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
당내 정성호 의원이 “(여당에)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감한다. 책임 있는 주체들이 국민에게 얘기하고 매듭을 짓고 새 출발하는 게 필요한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자세는 아니다. (지도부가) 고민은 하고 있을 거라고 보지만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이번 국면을 거치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거의 비슷해진 조사도 있다.
“지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잘하고 있나, 못하고 있나를 본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당층으로 갈 수도 있고, 한국당 지지로 의사 표시를 할 수도 있다. 민주당에 대한 항의이자 경고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정·청이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청와대가 그런 점에서 판단해 변화하지 않을까 싶고. 당도 변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일신한다는 건가.
“당은 젊은 사람들이 전면에 앞장서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최소한 비례대표 절반은 20~30대를 공천해야 한다. 20~30대 20명만 있어도 당이 확 달라질 거다. 한국 사회가 많이 바뀔 거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다른 당도 그렇게 할 것 아닌가. 그러면 국회에 최소한 20~30대가 30~40명이다. 물갈이가 판갈이로 연결된다.”
내각은 어떻게 일신하나.
“총리도 바꿀 거면 예산안이 끝날 시점에 바꿔야 한다. 젊고 참신한 총리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다는 걸 선명하게 보여주려면 40대 총리가 필요하다. 30대 장관도 좋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기수론으로 태풍을 일으키지 않았나. 지금 못할 건 없다.”
광장 정치의 일상화는 곧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닌가.
“위기로 볼 수 있다. 나는 그보다 정치 무능, 실패의 결과라고 본다. 정치가 잘 작동이 안 된다. 심각하다. 근데 정치가 무능하다는 걸 숨기는 여러 방식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진영논리다. 심하게 대치해 싸우면 못난 게 숨겨진다. 그런 후 정치 현안을 사법부로 끌고 간다. 정치의 사법화. 이게 또 정치 무능을 숨기는 알리바이다. 더 최악인 건 정치를 사법부에 시켜 놓고, 또 마음에 안 들면 공격한다. 선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구속 영장을 기각했냐, 발부했냐를 가지고 싸우면 안 된다. 야당만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정치 전체가 그러면 안 된다.”
북한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때문에 말이 많다. 우리가 북한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열 받지요. 그런 게 있다. 그런데 북한이 예뻐서 대화하고 풀어보려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를 위해 하는 거다.”
전략통이란 별명이 있는데 내년 총선은 어떨 거 같나.
“여당 하기 나름이다. 선거에서 야당이 잘해서 야당이 이기는 경우가 없다. 독립변수는 여당이 잘하냐 못 하느냐다. 우리가 못하면 ‘못난 야당’이라도 밀어줄 수 있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를 응징하기 위해 그쪽이 싫어도 표를 줄 수 있다. 그게 민심이다.”
정치 안 하면 뭘 할 건가.
“특별한 계획은 없고, 평소 학생들을 가르쳐 보고 싶은 열망은 있었다. (※한신대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 중). 기회가 되면 방송도 하면 좋겠다.”  

신용호 논설위원, 정리=장서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