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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르드족 침공 날···트럼프 "터프가이 되지말라" 편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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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측에 쿠르드와 협상하라는 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EPA,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측에 쿠르드와 협상하라는 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EPA, 로이터=연합뉴스]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이 시작된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군사작전을 만류했던 것으로 16일(현지시간)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 측에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다.

에르도안 공격 3일 전 트럼프에 전화 #트럼프, 쿠르드 총사령관과 협상 요구 #터키, 트럼프 중재 거절하고 작전 감행

이날 미국 매체 폭스 비즈니스가 입수한 서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잘 해결해 봅시다. 당신은 수천명을 학살했다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고, 나 역시 터키 경제를 파괴했다는 책임을 지기 싫습니다"라고 썼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 3일 전인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은 터키의 군사작전 통보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씌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문단으로 이뤄진 짧은 서신을 통해 터키 측에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예정대로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터키에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에는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코바니 아브디 총사령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그는 미국을 도와 이슬람국가(IS) 격퇴에 공을 세운 인물이다. 터키의 시리아 침공이 시작된 이후인 13일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에 직접 기고문을 보내 쿠르드족이 겪고 있는 '비통한'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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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서신에서 "나는 당신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세계를 실망시키지 말라"며 "마즐룸 장군은 기꺼이 당신과 협상을 할 것이며 과거에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양보를 할 것"이라고 에르도안 대통령을 설득했다. 이어 "그(마즐룸)가 내게 보낸 서한의 복사본을 동봉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터프가이가 되지 말라. 바보가 되지 말라"고 썼다.

폭스비즈니스의 서신 공개에 대해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편지가 진짜라고 확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받은 날, 시리아내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5일 쿠르드족과 휴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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