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의 거대한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집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의 한 장면처럼 거울 속에서 그녀를 계속 훔쳐보듯, 하늘의 거대한 청동거울을 바라보는 순간 저 하늘에서도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뒷골이 서늘해지겠지요. 하지만 세상이 그리 권태롭거나 팍팍하지도 않겠지요.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에 오르려면 통천문을 지나야 하는데, 사실 하늘 문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사람이 곧 하늘(人卽天)이라 목욕재계의 어머님이 장독대 위에 올리던 정한수, 그 맑은 물에 비친 만큼의 하늘이 바로 통천문이겠지요. 무지개는 저 하늘에서 마주치는 그대와 나의 간절한 눈빛이요, 태백산 신단수는 다름 아닌 우리의 몸입니다.
이원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