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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단지 2단계 개발|주민들"내 땅 못 내놓겠다"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조상 대대로 물려 받아온 문전옥답을 외지인들의 골프장이나 휴양시설 부지로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 일대2백17가구 1천8백여 주민들은 정부의 중문관광단지 2단계 개발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수도권 신도시건설 발표 후 주민들의 집단시위 등 진통을 겪고 있는 경기도 일산·분당지역에 이어 서귀포시·대포동 일대에서도 정부의 개발계획과 주민이익간에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중문관광단지 개발=78년 정부에서 서귀포시 중문동·장달동·대포동 일대를 국민관광기반조성과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종합관광휴양지로 개발하기로 한 후 국제관광공사에 의해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1,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 사업은 우선 1단계로 장달동 지역 논과 밭·임야 등 66만평에 호텔9개(1천5백30실)를 비롯, 빌라 2백50가구·콘도미니엄 2백20가구·해양수족관·면세점 등을 건설했으며 28만평 규모의 골프장을 지난 5월 개장하는 등 마무리단계에 있다.
1단계 사업은 91년까지 끝나게 된다. 정부는 2단계사업을 위해 사업예정지인 대포동 일대 50만평의 논과 밭을 올 해 안에 모두 매입할 계획이다.
대포동 지역 2단계 사업은 91년에 착공, 호텔·별장 등 1천5개정도의 객실을 건설하는 한편 2백50가구의 빌라·면세백화점과 각종 스포츠시설을 갖추고 25만평 규모의 골프장도 건설된다.
◇토지매입=1차 사업이 시작된 78년 당시 주민들은 내 고장이 국제관광단지로 개발된다는 꿈에 부풀어 6백여 농가가 토지매입에 응했다.
끝까지 버티다 강제수용 된 사람은 불과 10여명에 불과했다.
당시 토지매입 비용은 평당3천원 정도였으며 최후까지 버틴 10여명도 겨우 1만2천5백원을 받았을 뿐이다.
2단계 사업에 대비해 연말까지 부지를 매입키로한 국제관광공사 측은 이번에도 평당3만5천원 정도로 비용을 책정하고 있으며 협의매수에 불응하는 경우 공인감정사에 의한 평가가격으로 강제수용 할 계획으로 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평당3만5천원 선은 중문지역의 기준지가에 근거한 것이며 정부계획 사업을 대행하는 것이므로 계획이 바뀌지 않는 한 토지공부 조사가 끝나는 대로 토지물건조서확정을 거쳐 보상계획 공람 및 심의·보상가격결정·협의매수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협의매수가 안되면 수용령 발동에 의한 강제수용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주민반발=1단계 사업 때 매입에 응했던 농민들은 내 고장이 개발되면 자신들도 큰 이익을 볼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꿈 때문이었다.
그러나 평당 3천원 정도에 팔린 자기들의 땅이 이제 1백만원을 호가하는 금싸라기 땅으로 변했고 이미 팔아버린 땅값으로는 학비·가용 등으로 써버려 다른 곳에 대토를 요구한 대다수 주민들은 날품팔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대다수 주민들은 정부의 개발 계획에 밀려 농토만 잃은 채 내 고장에서 떠나야 한다는 소외감으로 허탈해진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현상을 목격한 다른 주민들은 다시는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개발계획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나마 2단계 개발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계획예정지구 안의 농민들 땅값은 변함없는데 비해 주변의 땅값은 외지인들의 투기현상까지 나타나 엄청나게 비싸져 이곳 땅땀을 팔아서는인근에 대토를 구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게 돼버렸다.
대포동 임희돈씨(52)는 예정지구 밖에 있는 밭 3천평을 평당30만원씩에 팔았는데 주변의 땅 대부분이 평당 3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대포동 통장 원룡진씨(49)는『바로 길 하나만 건너면 넓은 초원지대가 있는데 하필이면 멀쩡한 논밭을 골프장 등으로 만들려는 까닭을 모르겠다』면서『마을사람들 모두가 땅을 내놓지 않기로 결의하고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대포동 주민들은 1차개발 때의 경험에 비춰봐도 개발은 주민이익과는 전혀 무관한 것일 뿐이라면서 주민을 외면한 개발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대 강경선 교수(농업경제)는『현재 우리 실정상 농부의 전업이란 불가능하므로 개발을 하려면 대토를 해주든지, 아니면 농토자본에 대한 정당한 이익을 농민에게 배분해 주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서귀포=신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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