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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의 평양 남북축구, 응원단 방북은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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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2차 예선 스리랑카전(10일), 북한전(15일) 앞두고 7일 소집했다. 고글을 쓴 황희찬(가운데)과 장신 공격수 김신욱(오른쪽) 등이 몸을 풀고 있다.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2차 예선 스리랑카전(10일), 북한전(15일) 앞두고 7일 소집했다. 고글을 쓴 황희찬(가운데)과 장신 공격수 김신욱(오른쪽) 등이 몸을 풀고 있다. [뉴스1]

“우리는 평양에 놀러 가는 게 아니다. 선수로서 오직 경기 하나만 생각하고 집중하겠다.”

월드컵 예선 앞두고 벤투호 소집 #손흥민·남태희 등 “이기고 오겠다”

평양 남북대결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 표정이 비장했다. “역사적인 대결을 앞두고 느끼는 책임감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고 했다. 이번 경기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중요한 일전인 만큼 “기분 좋게 승리하고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손흥민은 7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소집훈련을 앞두고 “축구계 안팎 시선이 오직 북한전에 모인 것 같아 걱정도 부담도 크다”며 “한 번의 A매치이기도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한 만큼 결코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소집 기간 동안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두 경기를 치른다. 10일에는 화성종합스포츠타운주경기장에서스리랑카와, 15일에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각각 격돌한다. 남북 남자축구가 평양에서 만나는 건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에 성사된 이벤트라서 국내외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전을 앞둔 선수들 반응은 다양했다. 손흥민은 “개인적으로도 북한과 처음 붙어본다”며 “북한 선수들과 승부도, 인조잔디 위에서 하는 경기도, (10만 관중의) 일방적 응원도, 선수로서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부상 이후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남태희(28·알사드)는 “언제 북한에 가볼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기회가 왔다”며 “맞대결이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수비수 이재익(20·알라얀)은 “평양 가는 게 무섭다.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농담 섞인 얘기를 건네기도 했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북한전에 대해서는 스리랑카전을 마치고 나서 생각할 것”이라며 “스리랑카도, 북한도, 밀집 수비 위주로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의 경기 운영이 간결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패스와 슈팅의 정확도를 높이고, 골문 앞 마무리 능력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전에 앞서 열릴 스리랑카전에 관해서도 손흥민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는 “축구에 강팀과 약팀을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02위(스리랑카)에게도 질 수 있는 게 축구”라며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게 (흔들리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통일부가 함께 추진했던 응원단 방북은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그간 북한 의사를 타진했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다”며 “경기까지 일주일 정도 남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응원단을 북한에 보내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촉박한 일정을 고려할 때 응원단 방북이 성사되려면 육로를 이용하는 게 유일한 루트”라며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퍼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육로를 통한 인적·물적 남북 교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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