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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때부터 한발 한발…적재의 길에 ‘점프’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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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JTBC '비긴어게인3'에 출연한 적재. 독일 베를린에서 버스킹을 하는 장면이다. [방송캡처]

JTBC '비긴어게인3'에 출연한 적재. 독일 베를린에서 버스킹을 하는 장면이다. [방송캡처]

아는 사람만 알던 이름  ‘적재’가 유명해졌다.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적재(30ㆍ본명 정재원). 1년 전 박보검이 광고에서 부른 노래 ‘별 보러 가자’의 원곡자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가 TV 예능 프로그램 ‘비긴어게인3’(JTBC)의 베를린 버스킹,  ‘놀면 뭐하니?’(MBC)의 유플래쉬 프로젝트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대중스타의 세계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수준급 기타 연주 실력과 감미로운 음색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은 것이다. 급기야 오는 11월 30일과 12월 1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까지 연다. 600석 규모 M씨어터 무대에서 펼쳐질 콘서트 ‘어떤 하루’다.
이쯤이면 ‘벼락 출세’란 말이 나올 법하지만 중학교 밴드부에서 시작된 그의 음악 이력엔 한 단계도 ‘점프’가 없다. 여전히 소속사도 없이 활동하는 그를 만나 누구의 기획도 없이 스스로 대세 뮤지션의 자리에 오른 과정을 들어봤다.

김동률ㆍ박효신ㆍ아이유 등의 기타 세션 출신 #'비긴어게인''놀면 뭐하니' 등으로 눈도장 #"들어오는 일 마다않고 하면서 실력 쌓아"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서울 영동중) 2학년 때 학교 밴드부 공연을 보고 ‘이거다’ 싶어 가입했다. 친구가 기타를 치는 모습에 끌려 기타를 처음 잡았다. 당시 공부에는 별 흥미가 없던 상태였는데 기타는 연습을 하면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 기타 실력이 정말 빨리 늘었고 친구들과도 합이 잘 맞았다. 합이 맞을 때의 희열이 컸다. 학교 밴드부를 하면서 친구들과 ‘실버 뷸렛’이란 이름의 6인조 그룹을 따로 만들어 다른 학교 축제 공연에도 나가고, 대회에도 나가고 그랬다. 당시엔 주로 록 음악을 했다.”

싱어송라이터 적재. [사진 세종문화회관]

싱어송라이터 적재. [사진 세종문화회관]

그가 음악의 길로 진로를 결심한 건 중3 때였다. 그는 “거의 음악만 했다. PC방에 가는 것보다 음악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고 그 시절을 기억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한 학기 만에 자퇴했고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그가 음악을 하며 돈을 받은 첫 프로 무대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였다. 대학 졸업 직후인 2008년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의 공연에 기타 세션으로 참여한 것이다.  “어느 날 (정)재일이 형한테 연락이 왔어요. 재형이 형 공연에서 재일이 형과 함께 기타를 칠 연주자를 찾고 있다면서요.”
이후 그에게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김동률ㆍ박효신ㆍ아이유ㆍ샘김ㆍ정은지ㆍ태연 등 정상급 가수들의 기타 세션으로 활동했고, 최근엔 악동뮤지션 정규 3집 ‘항해’와 권진아 정규 2집 ‘나의 모양’에도 편곡과 연주로 참여했다. 그는 “내 실력은 일을 하면서 늘었다.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며 자극을 많이 받았고 새로운 스타일도 익혔다”고 말했다. 그는 “들어오는 제의는 뭐든 마다 않고 했다. 연주가 어려워 벅찬 상황이라도 밤을 새서 연습해 안되는 것을 되게 만들었다”고 했다.

2014년 직접 작사ㆍ작곡ㆍ노래ㆍ연주ㆍ프로듀싱 등을 다 해서 첫 앨범 ‘한마디’를 발표했다. 싱어송라이터로 나선 계기가 있나.  

“대학 졸업을 하려면 무조건 작곡을 해야 했다. 그때 곡 쓰는 법을 배웠다. 원래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노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노래를 직접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나보다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있어 기회가 없었다. 2013년 세션맨으로 공연을 많이 할 때였는데 불현듯 ‘지금 준비해서 앨범을 내지 않으면 평생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노래를 하면 내 이야기와 감정을 가사에 녹여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연주를 할 때는 어렵고 복잡한 박자의 테크니컬한 연주를 좋아하는데 내가 쓴 곡에는 내성적인 내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감성적인 노래를 많이 쓰게 됐다.”

그는 지금까지 발표한 5개 앨범의 모든 노래를 자작곡으로 채웠다. 그 이유를 묻자 “아직 보컬리스트로서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겸손한’ 답이 돌아왔다. “내가 부를 수 있고 소화할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는 내가 제일 잘 안다”면서다.

JTBC '비긴어게인3'에 출연, 베를린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적재. [방송캡처]

JTBC '비긴어게인3'에 출연, 베를린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적재. [방송캡처]

이름 ‘적재’는 무슨 뜻인가.  

“아무 뜻이 없다. 중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에 ‘ㄱ’을 집어넣는 게 유행이었다. 이름 ‘정재원’을 ‘적재’라고 바꿔 불렀는데 ‘적재야’라고 부르는 친구와는 뭔가 특별히 친한 느낌이 들었다. 기타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초기엔 본명을 썼지만 동명이인이 많아 2010년도 초반부터는 ‘적재’로 활동한다.”

롤 모델로 삼은 뮤지션이 있다면.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존 메이어다. 음악에 대한 그의 고민이 느껴진다. 그가 쓰는 기타와 앰프 등을 따라 산 적도 있을 만큼 광팬이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선 어떤 무대를 펼칠 계획인가.  

“지난 1년은 내게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내가 항상 해왔던 활동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 같고, 내 노래를 들어주는 팬들도 많아진 것 같다. 그런 변화와 성장하는 모습을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다. 콘서트 전에 새 앨범도 발표해 콘서트에서 새 노래를 선보일 계획이다. 콘서트 제목 ‘어떤 하루’에 걸맞도록 관객들에게 특별한 하루는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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