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린 중국인" 외쳤다고 폭행···中군 개입여론 키운 2분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콩 시위대에 "우리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가 폭행당한 중국인의 영상이 공개돼 중국 내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 복면금지법 반발 확산..."시위 기름 부은 꼴" #6일 홍콩 지하철 절반 운행 중단..시위 지속 #홍콩 법원, 복면금지법 집행 중지 소송 기각

중국 정부가 복면금지법 시행과 폭력 시위 강경 진압을 지지하고 나선 지난 4일. JP모건체이스 홍콩지사 앞에서 점심식사를 사들고 건물로 들어가려던 중국 남성이 시위대와 언론에 가로막혔다. 이 남성은 “본토로 돌아가라”고 외치던 시위대를 잠시 응시하더니 뒤돌아서 “우리는 모두 중국인이다”(영상중 55초 지점)라고 외쳤다.

그리곤 다시 건물로 향하던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한 명이 달려 들었다. 그는 주먹으로 은행원의 얼굴을 수차례 가격했다. 남성의 안경이 날아갔고 그는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이 상황을 촬영한 휴대폰 영상은 이날 오후 중국 웨이보(중국식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번졌다. 온라인에서 홍콩 시위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야만적이고 파렴치한 폭력 집단”, “광기에 빠진 시위대가 국제도시 홍콩을 파괴하고 있다. 그곳에 더 이상 법치는 없다”

홍콩 코스웨이베이에 복면을 쓰고 나타난 시위 여성. [로이터=연합]

홍콩 코스웨이베이에 복면을 쓰고 나타난 시위 여성. [로이터=연합]

비난은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이상 홍콩 경찰로는 안 된다는 데까지 나갔다. “경찰이 홍콩의 치안을 유지할 능력이 있는가”, “홍콩 경찰은 이미 실패했다”. 홍콩에 인접한 중국 선전에 무력 경찰이 집결하고 훈련하는 장면을 공개했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 중앙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폭행을 당한 남성은 웨이보에 “나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유창한 광둥어(홍콩어)를 구사할 수 있지만 중국어를 썼다가 두들겨 맞을 줄은 몰랐다”며 “집단적 광기가 단 3개월 만에 홍콩을 붕괴시키고 있다. 국제적인 대도시 홍콩은 이제 없다”고 적었다.

6일 복면금지법에 항의하는 홍콩 시위대들이 '가이포크스' 가면을 뒤로 돌려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

6일 복면금지법에 항의하는 홍콩 시위대들이 '가이포크스' 가면을 뒤로 돌려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

전날 20년 만에 처음으로 운행이 전면 중단됐던 홍콩 지하철은 6일 오전 일부 구간에서 재개됐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 가량의 역사가 진입이 금지된 상태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4개 역사 중 45개 역에서 계속되는 시위로 내부 시설이 파손돼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환승이 가능한 시내 중심가 에드머럴티와 몽콕역 등의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주말인 이날 대부분의 쇼핑몰 역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고속열차는 오후 1시를 기해 운행이 재개됐다.

6일 오후 비가 오는 가운데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시민들의 시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

6일 오후 비가 오는 가운데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시민들의 시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

시위는 오후 2시 코즈웨이 베이 등 중심가에서 다시 시작됐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도로를 점거한 수천 명의 시위대들이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홍콩에 자유를", "저항하라 홍콩인이여" 등을 외쳤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SNS에선 무력 경찰과 물대포의 위치 등을 표시한 지도가 공유되고 있다.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한 사전 정보 공유 차원으로 보인다. 시위대와 일반 시민들이 의견을 공유해 온 인터넷 온라인 게시판 ‘LIHKG’가 원인 불상으로 접속이 중단되자 새로운 링크 주소도 유포되고 있다.

6일 시위대 SNS에 올라온 홍콩 경찰 주요 배치, 충돌 예상 지점 [텔레그램 캡쳐]

6일 시위대 SNS에 올라온 홍콩 경찰 주요 배치, 충돌 예상 지점 [텔레그램 캡쳐]

홍콩 정부가 무력 시위를 막기 위해 복면금지법 시행에 들어갔지만 역효과를 낳고 있다. 전날 경찰은 시위대에 복면을 즉시 제거할 것을 요구하며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복면을 착용한 시위대는 줄어들지 않았다. SCMP는 그간 시위가 집중됐던 코즈베이 웨이, 침사추이, 샤틴 지역 외에 그동안 조용했던 20개 이상 지역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상점에 화염병을 던지거나 건물 유리 등을 부수고 불을 지르는 일도 잇따랐다. 공격당한 상당수는 중국계 기업이나 상점들이었다. 이날 14살의 소년 1명이 경찰의 실탄 사격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홍콩의 민주파 입법회 의원 24명은 홍콩 정부가 반정부시위 진압을 위한 복면금지법 집행을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