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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폐교·산사…작가의 흔적 찾아 떠나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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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은 많은 작가의 흔적이 서린 고장이다. 박완서 작가가 봄날의 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 순천 와온 해변. [중앙포토]

전남 순천은 많은 작가의 흔적이 서린 고장이다. 박완서 작가가 봄날의 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 순천 와온 해변. [중앙포토]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핑크뮬리도 좋고 단풍도 좋지만 문학의 향기가 그윽한 문향(文鄕)으로 가보자. 서울에서 전철 타고 훌쩍 찾아갈 수 있는 호반 도시 춘천부터 기차 타고 찾아가는 전남 순천까지. 문학 작품에 그려진 혹은 작가의 삶이 녹아 있는 명소 4곳을 소개한다.

전철 타고 휘릭 김유정문학촌  

아련한 간이역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옛 김유정역. [사진 한국관광공사]

아련한 간이역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옛 김유정역. [사진 한국관광공사]

서울 청량리역에서 전철을 타면 1시간 20분만에 춘천 김유정역에 닿는다.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여기가 바로 ‘봄봄’,‘동백꽃’을 쓴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이다. 김유정 생가, 김유정기념전시관 등이 있다. 문화해설사가 생가 중정 툇마루에서 하루 일곱 차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마을 곳곳에 소설을 소재로 한 길이 있다.

떠나온 옛 고향 같은 옥천

충북 옥천에 있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사진 한국관광공사]

충북 옥천에 있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사진 한국관광공사]

충북 옥천은 까마득한 기억 속 고향 같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정지용의 시를 가사로 한 노래 ‘향수’가 절로 나온다. 옥천 구읍의 실개천 앞에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다. 문학관에서 시인의 생애와 작품을 살펴보고, 시 낭송실에서 그의 시를 목청껏 낭독해볼 수 있다. 장계 국민관광지도 들러보자. 정지용 시와 수려한 강변 풍광이 어우러진 독특한 명소다.

눈물 나는 날에는 순천으로 

전남 순천에 자리한 송광사 불일암. 법정스님이 기거했던 사찰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전남 순천에 자리한 송광사 불일암. 법정스님이 기거했던 사찰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의 시에 나오는 ‘선암사’가 전남 순천에 있다. 1999년 발표된 시인데 지금은 KTX가 순천까지 간다. 송광사 불일암도 들러보자. 법정 스님이 1975~1992년 기거하며 글을 쓴 사찰로, 『무소유』가 1976년에 발표됐다. 절 가는 길, 편백과 대나무숲이 그윽하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속 ‘무진’은 순천만 습지다. 순천문학관도 가까워 김승옥의 문학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와온 해변도 들러보자. 고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 한 개펄이 있다. 용산전망대서 보는 일몰이 근사하다.

낮은 마음으로 찾아가는 동화나라 

경북 안동 일직면에 자리한 권정생동화나라. [사진 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 일직면에 자리한 권정생동화나라. [사진 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 권정생동화나라는 낮은 마음으로 만나는 공간이다. 『몽실언니』, 『강아지똥』을 쓴 고 권정생 선생의 문학과 삶을 만날 수 있어서다. 권정생동화나라는 선생이 생전에 머문 안동 일직면의 한 폐교를 문학관으로 꾸민 곳이다. 선생의 유품과 작품, 가난 속에서도 따뜻한 글을 써 내려 간 삶의 흔적을 볼 수 있다. 1층 전시실에는 『강아지똥』 초판본과 일기장, 유언장이 있고 선생이 살던 오두막집도 재현했다. 인근 조탑마을에는 선생이 종지기로 일한 일직교회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작은 집도 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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