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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지금이 내 삶의 한가운데…좀 더 꿈을 꾸고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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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 ‘이방인’을 펼친 윤종신. [사진 미스틱스토리]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 ‘이방인’을 펼친 윤종신. [사진 미스틱스토리]

“지난 6월에 떠난다고 해놓고 4개월째 안 떠나고, 떠난다는 이벤트로 우려먹는 사람이 돼 버렸네요.”

11월 한국 떠나 1년간 ‘이방인’ 생활 #음악에 몰두, 매달 신곡 발표 예정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콘서트 ‘이방인’ 무대에 오른 가수 윤종신(50)은 덤덤하게 말했다. “갑자기 훅 떠나는 게 싫어서, 떠나는 배경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 “이번 공연은 수많은 히트곡을 배제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긴 노래들로 꾸며봤다”는 설명처럼 그의 노랫말은 마치 한 편의 뮤지컬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됐다. 올해로 노래 인생 30년을 맞은 그가 얼마나 ‘떠남’을 갈망해 왔는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7년 발표한 ‘좋니’로 데뷔 27년 만에 1위를 한 ‘슬로우 스타터’인 그는 쉰 살을 맞아 “내 삶의 한가운덴 것 같아/ 깨달은 게 많아 뒤로 빠지기엔/ 좀 더 꿈꾸겠어”(‘늦바람’)라고 용기를 냈다. 스스로 30년간 노래해온 외로움, 그리움, 찌질함 같은 것들의 진짜 실체를 알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올해 10월 이후 모든 방송 활동을 내려놓고, 2020년 한 해 동안 고국을 떠나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넉 달 전이지만 본격적으로 마음먹은 것은 4년 전이다. 2015년 12월 발표한 ‘탈진’에서 그는 이미 “푹 주저앉아 꿰매고 있어/ 너덜너덜해진 나의 상처를”이라고 고백했다. 쉴 수 없는 길 위에 서 있기에 어떻게든 가야 하지만 더 이상 일어나기 싫은 마음을 내비쳤던 것. 겉보기엔 2010년 시작한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도 궤도에 올랐고, 고정 프로그램만 4~5개에 달했지만 속은 곪아갔던 셈이다.

하여 그의 모습은 유독 홀가분해 보였다. “떠나요 늘 말해왔던 그곳으로…더 이상 미루다 도시의 유령 되지 마요”(‘떠나’) 등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노래들이 넘쳐났다. 심지어 ‘신치림’으로 함께 활동했던 하림의 ‘이방인’마저 마치 본래 자신의 곡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하림과 조정치는 이날 함께 무대도 올라 ‘출국’ 등을 불렀다.

윤종신은 “그때는 그냥 히트하고 싶다, 돈 벌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쓴 노래들인데 지나고 나서 보니 미래를 예측한 것 같다”며 “시간이 흘러도 음악을 통해 서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제 남은 일정은 다음 달 5일 부산 KBS홀에서 열리는 콘서트 정도. 2007년부터 12년간 개근해온 MBC ‘라디오스타’도 지난 11일 고별 방송을 마쳤고, JTBC ‘방구석1열’ 역시 다음 주 방송만 남겨두고 있다. 진행자가 마지막 인사를 전할 틈도 없이 불명예 하차하는 경우가 수두룩한 방송가에서 박수받으며 떠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윤종신은 “10월 예행연습차 잠시 떠났다가 11월 1일에 진짜 떠날 예정”이라며 다시 한번 이별을 미뤘다. “2010년 생존을 위해 ‘월간 윤종신’을 시작했다면, 2020년 낯선 곳에서 ‘월간 윤종신’ 12곡을 만들면서 잘 버티고 돌아오겠다”는 포부다. “사랑 노래도 하겠지만 조금 더 달라지고 심화된 모습, 무르익은 음악으로 찾아오겠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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