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주 '조순형 지원' 총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뛰었던 조순형 후보가 "노무현 정권의 실정·무능·오만 때문에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7.26 재.보선이 실시되는 성북을에 출마한 조순형(71) 민주당 후보는 정계개편의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2004년 4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바람을 일으켰던 조 후보가 한나라당의 '싹쓸이 정국'에 도전장을 냈다.

18일 오후 서울 석계역 오거리 광장. 장맛비가 뿌리는 가운데 조 후보는 2.5t 트럭을 개조해 만든 이동 유세 차량에 섰다. 광장 곳곳에는 조재희(47) 열린우리당 후보, 최수영(48) 한나라당 후보, 박창완(47) 민주노동당 후보의 플래카드도 펄럭였다.

조순형 후보는 노무현 정권을 "실패한 경제정책을 밀어붙인 사람을 교육부총리에 지명하고 북한 미사일 사태에 '안보 불감증'을 드러낸 오만한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연단 앞엔 우산을 쓴 300여 명의 유권자가 모여 있었다. 선거 관계자들은 "재.보선이 실시되는 네 곳 중 송파갑.마산갑.부천소사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크게 앞섰으나 성북을에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관측한다. 조 후보가 정치권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런 노익장 외에 그의 움직임이 정계개편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의 유세장은 민주당의 '미니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한화갑 대표가 재건복 차림으로 나온 것을 필두로 이낙연.손봉숙.김종인.이승희 의원 등이 자리를 지켰다. 김영환.심재권.이훈평 전 의원 등 '어제의 동지'도 다 모였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조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한화갑 대표와 거리를 둬왔던 비주류 인사들도 선거전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 민주당을 이끌었던 박상천.김경재.유용태.정균환 의원 등은 선거사무실에 출퇴근하다시피하고 있다.

17~18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조 후보는 25%의 지지율을 기록해 한나라당 후보에게 11%포인트 뒤지고 있다. 투표 의지가 있는 '적극 투표층'에선 지지율 격차가 8%포인트 차로 줄어든다. 당 지지율이 6~7%에 불과한 민주당으로선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서 '조순형 효과론'이 나오고 있다. 김영환 전 의원은 "조 후보가 주류.비주류로 갈라졌던 민주당을 하나로 재결집시키고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강(兩强)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조 후보와 민주당의 약진이 5.31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한나라당의 벽을 넘긴 힘들 것"이라며 "찻잔 속 태풍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정계개편 주도하려는 한화갑=한화갑 대표는 "한나라당과 싸울 정당은 민주당뿐"이라며 "조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 정치의 틀을 다시 짜는 데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성북을 선거를 '민주당의 수도권 상륙작전'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발언 속에는 고건 전 총리 중심의 정계재편론을 견제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이낙연 의원 역시 "조 후보가 당선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성북을은 '반(反)노무현,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의 파괴력을 실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