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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제재 완화 요구, 한미는 체제보장…"10월 협상도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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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6일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9월 안에 실무협상을 개최할 수 없었다"며 "아직 날짜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6일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9월 안에 실무협상을 개최할 수 없었다"며 "아직 날짜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9월 안에 실무협상을 개최하는 데 실패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실망한 북한이 날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27일 "'선 핵포기'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또 한 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비핵화전 제재 완화 없다"에 #김계관 "제재 완화로 북미관계 악화, #트럼프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 기대"

북한의 6자 회담 수석대표였던 김 고문은 이날 아침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북 제재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해 북미 관계를 퇴보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워싱턴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는 실정에서 또 한차례 조미 수뇌회담이 열린다고 조미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라고도 했다. 그는 "나와 외무성은 미국의 차후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연합훈련 중단과 제재 완화를 3차 정상회담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회견에서 "가까운 시일 내 구체적 북미 회담 계획이 잡혔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공개 성명을 보고 이달, 9월 말까지 실무협상이 있기를 바랐지만 개최할 수 없었다"며 "만날 날짜를 아직 잡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협상팀은 만날 준비가 됐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전화벨이 울리면 북한이 가능한 장소와 날짜를 얻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 약속들을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너무 오래지 않아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 협상팀이 한다는 발표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막상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실망한 것"이라며 "미국은 구체적 체제 보장 방안을 실무협상 이전에 공개하길 바라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실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재 유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체제 보장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하지 않았다.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은 미개발된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비핵화를 해야 한다"며 "미국의 목표는 영속과 화합이지 끝없는 전쟁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란 원론적 언급만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얘기하고 있는 안전보장이나 제재해제 문제 등 모든 것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지만, 바뀐 게 없었던 셈이다. 비건 특별대표도 25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만나 "북한이 실제 원하는 게 뭔지 먼저 들어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내심 바라는 제재 완화는 새로운 방법의 일부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이 자신들의 유일한 관심인 제재 완화를 해줄 의사가 없다는 데 북한이 실무협상의 문을 닫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관리들은 북한이 체제 보장에 더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전혀 아니다. 체제 보장이란 공허한 말(empty word)이며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한미가 어떤 안전보장 방안으로 북한을 최소한 실무협상장에 불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완전히 틀렸다"라고도 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으로선 제재 완화만 계속 요구할 경우 약점으로 비칠까 봐 자제한 것뿐"이라며 "일부 제재 완화 방안을 내놓지 않는 한 10월 실무협상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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