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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제재 복원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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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튜어트 레비(사진) 미 재무 차관이 비공개리에 한국을 다녀갔다. 테러.금융범죄 분야를 담당하는 레비 차관은 북한의 위조지폐와 돈세탁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동결 조치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제재를 포함한 대북 경제제재 문제의 핵심 인물이 미묘한 시기에 방한했던 것이다.

*** 한국에서 무슨 얘기했나

16일 방한한 레비 차관은 18일 하루 동안 유명환 외교통상부 1차관과 진동수 재정경제부 2차관, 유재한 금융정보분석원장, 청와대 당국자 등을 잇따라 만난 뒤 출국했다. 그는 유 차관과의 면담에서 우리 정부가 우려했던 카드를 꺼냈다.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레비 차관이 18일 유 차관에게 '(미 행정부의) 고위층에서 2000년에 해제된 대북 경제제재 복원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진 차관, 유 원장 등과의 면담에서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 금융제재가 추진될 경우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DA에 대한 미 재무부의 자료 분석 작업과 관련, 레비 차관은 "당초 예상하지 못한 자료들이 계속 나와 분석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우리 측에 설명해 BDA에 동결된 40여 개 계좌를 풀어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밝혔다.

*** 금강산.개성공단 중단 요구했나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정부 당국자가 레비 차관에게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이 (안보리 결의의 미사일 관련 자금 이전 방지와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우리의 생각을 전했고, 레비 차관은 우리가 얘기하는 게 뭔지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레비 차관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으나, 미측은 자금 전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의 후폭풍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휘말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 방한 사실 왜 공개하지 않았나

정부는 레비 차관 출국 하루 뒤인 19일 방한 사실을 공개했다. 외교부는 13일 주한 미 대사관에 레비 차관 방한을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미 대사관 측이 반대했다. 레비 차관은 정부가 자신의 방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던 18일 미 재무부 홈페이지에 "북한의 미사일.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금융 재원의 이전 금지를 요청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의 출국성명을 띄웠다.

*** 싱가포르 은행도 북과 거래 중단

미 행정부 소식통은 19일 "싱가포르의 중국계 은행인 '유나이티드 오버시스 은행(UOB)'도 최근 북한과 더 이상 금융거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싱가포르에서 3위 안에 드는 대형 은행이다. 이런 조치에 따라 돈줄이 막힌 북한은 최근 러시아.아프리카로 금융거래처를 옮기고 있다고 다른 관계자가 말했다.

이상언 기자,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 BDA 계좌 동결=지난해 9월 미국 재무부는 미국 은행에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와의 '거래 주의'를 요청했다. 미국 은행의 거래 중단 사태로 파산 위기에 직면한 BDA는 즉각 총 2400만 달러가 든 40여 개 북한 계좌의 출금을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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